박용진 의원, 가상화폐 관련 법안 제출

정부 “국제적 동향 보며 신중하게 처리”

“가상화폐(암호화폐)는 투자자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지난 22일 발언은 2017년 이후 바뀌지 않은 정부의 입장임이 확인됐다. “(가상화폐가) 이 부분(제도권)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는 은 위원장의 토로 역시 ‘솔직한 의견’이었다.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화폐를 ‘제도화’해 정부가 감독책임을 지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다. 정부의 제도화로 가격 급등락에 따른 투기조장, 투자자보호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하지만 불공정행위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감독당국 등 정부가 방치한다는 비판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6일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박용진 의원은 21대 국회 들어 20대 국회에서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없이 폐기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다시 내놓았다. 개정안에는 ‘가상통화의 정의’, ‘가상통화취급업에 대한 인가제 도입’, ‘가상통화예치금의 예치 및 이용자 피해보상 계약’, ‘가상통화취급업 행위규제’, ‘벌칙 규정’ 등 가상화폐 이용자 보호방안이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다. 박 의원은 “최근 가상통화를 매매하던 이용자들이 해킹사고를 당하고 다단계판매 등으로 인한 투자사기행위가 급증하고 있으나 현행법상 가상통화의 정의와 가상통화거래에 대한 규정이 없어 가상통화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게 발의 이유였다.

하지만 금융위는 “최근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을 개정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행위를 금지하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예치금 분리보관 등의 의무가 도입되는 만큼 개정 법률의 차질 없는 시행과 함께 국제적 논의가 성숙되는 단계에서 가상통화 법제화 필요성 등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의 목적은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제공하는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현재로서는 발행자가 대체로 불분명하고 그 가치를 보장할 수 없는 가상통화를 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규율하는 것은 법 체계상 적절치 않은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의 이같은 입장은 4년 전인 2017년 이후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2017년 박 의원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금융위는 “인가제 도입을 통합해 가상통화취급업의 제도화로 가상통화 거래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대돼 오히려 투기과열이 조장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있다”며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한 각국의 규제 수위와 강도에 차이가 있으므로 시간을 두고 국제적 논의동향을 보아가며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24시간 거래되고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며 가치에 대해 의문이 있는 가상통화 거래를 제도화해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여부에 대한 공감대를 먼저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시 한국은행의 ‘제도화 반대’ 입장과 이유는 2021년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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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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