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재산적 가치는 인정

미·일·독, ‘과세+규제’ 도입

금융감독당국 등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내재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과세에 들어감에 따라 과세의 적절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과세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시장에 대한 정부의 감독 기능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국회 기재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과세당국은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의 양도·대여 등으로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과세하기로 했다. 소득에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20%의 세율을 매겨 과세된다. 종합소득과세표준 확정신고때 신고해야 한다.

기재위는 가상화폐 과세 근거로 ‘재산적 가치’를 인정했다. “가상자산은 지급·결제 수단으로서의 기능과 자산으로서의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며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 한국회계기준원은 가상화폐를 재고자산 또는 무형자산으로 규정한 바 있고 대법원 역시 가상자산의 일종인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재산으로 판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재산적 가치’를 인정해 과세하면서도 지급수단이나 가치저장수단 기능을 말하는 ‘내재적 가치’가 없어 정부가 소비자보호 등 감독에 나서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미국, 일본 독일에서는 과세와 함께 소비자보호 등 별도의 법적 규제근거를 만들었다. 미국 뉴욕주는 2015년 금융감독규정에 가상통화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사업자 인가제도(BitLicense)를 도입하고 최저자본금 요건, 감독기관의 검사, 재무보고 및 공시, 거래기록의 보관, 사이버 보안 프로그램 도입, 설명의무, 이용자 자산 수탁,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 도입 등을 담았다.

일본은 2016년 자금결제법을 고쳐 가상통화교환업에 대한 등록제를 도입하고 거래기록 보존, 업무보고서 제출, 감독당국의 감독 및 조치권, 설명의무, 고객재산 분리 보관, 분쟁조정장치 등을 규율하고 있다.

독일은 가상통화를 은행법상 규율대상인 금융상품에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 가상통화를 상업적으로 매매하기 위해서는 최저자본금, 전문지식과 자격을 갖춘 경영진 보유 등의 요건을 갖추어 금융감독청의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홍익표 여당 정책위 의장은 “가상자산의 총 규모가 국내만 20조원에 달하고 국내 참여자가 400만명에 달해 방치할 수 없다”며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서 정상적인 투자자는 보호하고 산업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면밀히 지원하고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장은 또 “가상자산시장은 하나의 나라가 좌지우지 할 수 없으니 G20 등이 모여 국제규범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기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경찰 등 수사당국이 제거해내 일반적인 투자자 피해를 빠르게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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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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