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주식 → 코인 … 계층사다리 ‘노마드’

올 1분기 신규 가입 청년만 160만명 몰려

“청년들의 ‘대박’ 기대감, 대체할 묘책 없어”

2030세대 반발에 화들짝 놀랐던 여당이 길을 잃었다. 가상화폐를 놓고 2030세대가 불만을 토로한 시작점은 “모든 거래소가 폐쇄될 수 있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 “암호화폐에는 내재가치가 없다”, “국민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관심을 갖고 보호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지난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이었다.

2030세대는 정부에 ‘무책임하다’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 ‘과세는 왜 하냐’ ‘가르치려 한다’며 반발했다. 분노의 밑바닥엔 ‘투자기회의 상실’이 있었다. 마지막 같은 희망사다리의 붕괴 가능성에 따른 암담함이 깔려 있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되었을까”, “지금의 잘못된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를 물었다. 이 청원은 23일에 올라와 만 4일 만인 28일 오전 9시 현재 14만 2000여명 의 동의를 얻어냈다.

자산양극화가 계층고착화로 이어지면서 청년층은 ‘희망 노마드’처럼 계층 상승 사다리를 찾아 나섰지만 뾰족 수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출규제로 부동산 투자는 어려워졌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들어간 주식투자도 최근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코인’으로 불리는 가상화폐가 대안으로 부상한 이유다.

금융위원회가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신규 가입자는 249만5000여명으로 전체 이용자(511만4000여명)의 48.8%다. 신규 가입자의 63.5%인 158만5000여명이 20·30대로 집계됐다.

청년들이 가상화폐에 뛰어들게 만든 것은 ‘높은 변동성’에 따른 ‘높은 기대수익률’이다. 문제는 정부가 투자자 보호 등 감독 장치를 만들더라도 ‘투기성’과 ‘쪽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는 “일본의 경우 최대 거래소인 마운트곡스 파산 이후 이용자 보호를 위해 자금결제법이 개정됐으나 오히려 투기적 거래가 증가하고 변동성이 확대됐다”면서 “미국 뉴욕주의 경우 인가제 등 엄격한 규율체계에 따른 신생기업에 과도한 규제로 이들 기업의 지역 이탈을 유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고 했다. 가상화폐를 제도화하더라도 높은 변동성에 따른 위험과 손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청년들의 ‘대박’ 기대감을 대체할 묘책이 없다는 데 더 큰 고민이 있다.

여당 이광재 의원은 “왜 2030세 대가 암호화폐나 주식에 열광하는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며 “그들의 삶이 불안하기 때문에 미래 가능성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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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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