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핵심계열사 위상·주가 변화에 주목

현대엔지니어링이 연내 코스피 입성을 계획하며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골드만삭스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상장이자,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린 행보로 해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받을수록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확보하게 될 재원 규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이를 계기로 현대차그룹이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 폭의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지 관심을 가지며 핵심 계열사들의 위상과 주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PBR 0.77배 = 17일 증권가 전문가들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72%를 가지고 있는 반면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0.32%만 소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지분도 2.62%에 불과하다.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현금을 확보하면 현대모비스나 현대자동차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영향력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권의 근간이 되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 등에 대한 지분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 관점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예상된다"며 "현대모비스 인적분할을 통해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투자부문에 대한 지분 확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순환출자 및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해소가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이는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가 되는 과정으로 무엇보다 현대모비스의 성장비전이 명확해야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다"며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는 현대모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초 35만원을 훌쩍 넘었던 모비스 주가는 현재 27만50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1분기 실적발표 이후 각 증권사들은 모비스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추세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실적보다는 중장기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며 "현대모비스의 14일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77로 장기 투자자에게 좋은 진입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전동화 사업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과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 재무적 안정성 등을 고려한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지분을 많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반대로 현대모비스의 주가 하락은 어느정도 예상돼 왔다"며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모비스의 주가하락이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 재평가 = 현대글로비스도 올해 1월 초 23만5000원의 최고점을 찍은 후 지난 14일 종가는 18만7000원으로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1년전 보다는 주가가 2배 상승하는 등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이 23.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코스피 입성에 따라 기업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기업가치를 10조원으로 평가받는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11.7% 보유하고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변화의 핵심으로, 현대엔지니어링 IPO가 이뤄지면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지배구조 개편이 완성된 이후에는 현대글로비스의 사업적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의 신규사업 런칭이 올해부터 크게 본격화되고 있어 핵심 계열사들에 대한 역할 분담이 지속적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모빌리티 전용 전기차 배터리 리스사업, 수소 운반사업사업에 진출을 확정한 상황이고 2022년부터는 사업진행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올해 말로 예정된 유코카캐리어스 계약 만료 이후 완성차 해상운송 사업이 현대글로비스로 전량 넘어올 가능성도 부각된다.

다만 대주주의 지분매각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대주주의 10% 지분매각 이슈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무리한 방식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오토에버, 위상 강화 = 현대오토에버는 지난달 계열회사인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을 흡수합병했다. 현대오토에버는 그룹 지배구조의 하단에 위치하지만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공동 출자(지분 10%)에 이어 합병에 따른 스마트모빌리티 강화로 그룹의 핵심계열사로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합병을 계기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플랫폼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함으로써 IT 서비스 기업을 넘어 모빌리티테크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오토에버가 모빌리티 혁명에 핵심인 소프트웨어 관련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성장성 등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오토에버의 목표주가 상향조정도 잇따랐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순현금 2977억원에 피합병사들의 순현금 967억원이 더해져 오픈 이노베이션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합병에 따른 실적과 순현금, 주식수 변동과 밸류에이션 적용 배수 변경 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7만6000원에서 13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플랜B로 갈 듯 … 순환출자 유지 전망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4가지 시나리오] 정의선 회장, 현대제철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 인수 가능성
10대그룹중 현대차만 순환출자구조 유지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