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연결고리로 구성

현대모비스가 그룹 중심

SK-소버린 사태는 교훈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는 4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돼 있다.

이중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가 기아 지분 33.88%를 보유하고,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 17.33%를 확보했으며,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1.43%를 지니고 있는 형태다.


이와 함께 다음의 세 가지 순환출자 방식이 보태져 단단한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순환출자 고리에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가 개입된 구조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현대차(33.88%)→ 기아(17.27%)→ 현대제철(5.81%) → 현대모비스(21.43%) →현대차로 연결된다.

둘째 현대차(4.88%)→ 현대글로비스(0.69%)→ 현대모비스(21.43%)→ 현대차로, 셋째 현대차(6.87%)→ 현대제철(5.81%)→ 현대모비스(21.43%)→ 현대차가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이러한 순환출자 형태 지배구조는 총수 일가가 적은 자본(지분)으로 그룹을 장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간 결속력이 확고하다는 특징을 지녔다. 현재 국내 10대 그룹 중 순환출자구조를 유지하는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하지만 연결된 기업 중 한곳이 무너지면 그룹 전체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치명적 단점이다.

또 중간 B, C회사의 대주주가 바뀌면 총수일가는 순식간에 A회사를 잃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 등 핵심 3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모두 10% 미만이다.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은 각각 2.62%, 0.32%에 불과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현대차 5.33%, 현대모비스 7.15%)을 상속받으면 이 두 회사의 지분은 각각 7~8%대에 이를 전망이다. 기아는 정의선 회장만 1.74%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정 회장이 안정적으로 그룹 경영권을 장악하려면 지배구조 개편을 해야하고,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려야 한다.

현대차그룹 총수일가가 현재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7.47%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원에 못 미친다. 과거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7.12%를 매입해 제일모직과의 합병반대에 나섰을 때 지출한 자금이 약 7000억원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엘리엇 같은 곳 3곳이 힘을 합하면 현대차그룹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과 맞먹어 치열한 경영권 분쟁도 예상할 수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정몽구 명예회장의 보유주식 가치는 4조9457억원(2020년말 종가 기준)에 이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9조704억원)에 이어 주식부호 2위다.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2020년말 지분가치는 전년대비 1조원 가까이 증가했는데, 올해는 현대차 등 그룹사 주가상승으로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의선 회장의 보유주식 가치는 3조4291억원으로 전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지난 2003년 발생한 SK-소버린 사태는 순환출자가 투기자본 세력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소버린은 ㈜SK 지분 14.99%를 13일간 집중 매수한 후 △SK 이사진 총사퇴 △SK 재벌 구조 해체 △최태원 일가 퇴진 등을 요구하며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당시 SK그룹은 SK C&C→ ㈜SK→ SK텔레콤 →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고,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0.11%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SK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소버린은 한국 재계를 발칵 뒤집어놓았을 뿐 아니라 8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이익도 거두었다.

[관련기사]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플랜B로 갈 듯 … 순환출자 유지 전망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4가지 시나리오] 정의선 회장, 현대제철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 인수 가능성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기회로 지배구조 개편 시동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