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앞두고 대규모 사업장 '로펌' 자문까지

소규모 사업장 그냥 '바라보기'

"안전관리 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지속가능경영을 가능케 하는 투자다."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은 한국에서 산업안전 분야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저가경쟁'을 꼽았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안전관리 환경에는 가격이 가장 큰 선택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첨단장비에 대한 투자 및 전문 기술인력 육성, 재해 예방기법의 개발 및 보급, 안전문화 정착이 불필요한 상황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안전수요는 늘어나는데 저가 서비스만 찾다보니 수많은 위험요인이 그대로 방치된다. 떨어짐 끼임 넘어짐 등 이른바 '후진국형 재해'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예방할 수 있다. 이런 재해가 우리나라 산업재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 회장의 분석이다. 불량품이 넘치고 저급품만 유통되는 '레몬마켓'이 안전시장의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웃지 못한 일들도 벌어진다. 대한산업안전협회, 대한산업보건협회 등 대표적인 민간재해예방기관 직원을 사칭해 소규모 사업장에게 "안전보건교육을 받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고 협박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안전투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이 곧 중요한 경쟁력이다. 안전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이 뿌리내리고 안전시장이 경쟁력을 갖춰 성장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역할에 나설 것이다."

박 회장은 "중대재해법 제정 이후 대규모 사업장들은 로펌의 자문을 받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재정이나 인력에 여유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들은 관망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도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둔 올해를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의식과 관행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박 회장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2024년 1월부터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남은 기간 정부와 노사단체는 물론 재해예방기관이 안전의식 향상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그래야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 수준이 높아지고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50인 미만사업장 산재사망 줄이기] "50인 미만 사업주 안전교육 의무화해야"
산업안전 전문가 1000여명 활동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