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지지 철회 중"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경우엔 정치에 대한 냉소, 혐오로 흐르거나 중도층이나 부동층으로 넘어가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는 무당층'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2030세대는 오히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2018년 12월 15~18일까지 1000명의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조사(스마트폰 웹조사)한 결과를 보면 '청년세대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의견이 72.2%에 달했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하지만 '2년전 대비 정치·선거에 대한 관심도'를 묻는 질문에는 75.2%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낮아졌다는 답은 20.8% 뿐이었다.

한국갤럽이 이달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무당층 비율이 18~29세는 44%, 30대는 33%였다. 40대(26%)와 50대(19%)에 비해 크게 낮은 비율이지만 60세이상(30%)과는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60세이상 고령층의 경우 대부분 고정적인 이념지형과 높은 정치 관심도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당층 비율만 가지고 '정치 무관심층'이라고 말하기 어려워 보인다. 청년층의 높은 투표참여율이 이같은 해석을 지지해주는 주요 자료다. 청년세대의 투표율 상승률이 평균치를 이끌고 있다는 것은 2017년 대선에서 확인됐다. 19세는 77.3%의 투표율을 보였고 2030세대 모두 70%대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총선,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리서치뷰는 "일반적으로 정당 일체감이 낮을 경우 정치에 대한 냉소가 높고 중도층과 부동층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한국의 2030세대는 정당일체감이 낮은데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이어 "2030세대는 촛불혁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탄핵과 2017년 대선을 통해 정치효능감을 직접 체험한 세대"라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매우 적극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온라인 여론을 주도해온 세대"라고 평가했다.

정치적 성향도 뚜렷하면서도 특정한 담론에 반감을 보였다. 청년층은 자신의 정치성향에 대해 57.8%가 '진보적'(진보 20.5%+진보적인 편 37.3%)이라고 답했고 25.2%가 보수적(보수 8.0%, 보수적인 편 17.2%)이라고 했다. 중도라는 입장인 17.0%였다. 리서치뷰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2030세대는 적폐청산과 한반도 비핵화,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가 의욕적으로 착수한 개혁정책에 높은 기대감을 보여줬다"며 "이들 세대가 보수우파의 지지자가 되지 않은 이유는 2016년 촛불혁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한국적 특수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2030세대는 페이니즘에 반대하면 진보적이지 않다는 식의 계몽주의적인 진보담론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고 했다. 문재인정부에 지지했다가 이탈한 232명을 대상으로 철회이유를 물어본 결과 '사회·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족'(34.9%)을 가장 많이 꼽았다. 북한이슈에 몰두(19.8%), 젠더 이슈에 대한 편향성(10.3%), 개혁 부재(9.5%), 전반적으로 미흡(6.5%) 등이었다.

리서치뷰는 "지지철회 이유를 요약하면 '별로 나아진 것도 없는데 정부는 북한과 페미니스트만 신경 쓴다'는 인식"이라고 했다. 특히 핵심 이탈층을 '20대 남성'으로 지목하면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집단에서 적대집단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일자리가 없으면 최하층으로 밀려나게 되고 연애, 결혼, 출산 등이 불가능해지는데 정작 일자리는 제공해주지 못하면서 급진적 페미니스트로부터 '사회적 강자' '잠재적 가해자' 등의 비판에 반발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진보진영에 몰려있던 2030세대 이탈층의 정치적 선택이 향후 정국에서 핵심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진 이유다.

["2030세대를 말하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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