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맞춤형 시범사례 늘리고 의료지원네트워크 갖춰야 … "통합돌봄법 제정, 관련제도 정비 시급"

우리나라는 노인·장애인·정신질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다양한 보건의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담당하는 정부부처-지자체에 따라 상황이 달라 돌봄취약계층이 받아야 할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필요도가 낮은 서비스를 제공받기도 한다. 같은 노인·장애인·정신질환자라도 지자체의 관심도와 노력에 따라 지역별 격차도 심하다.
문재인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통합돌봄' 제도 구축에 나섰다. 2019년 6월 시범사업에 들어가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사업기반 확충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유행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정부는 올해 추가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사회단위' 통합돌봄 실현을 위한 모형 확대와 환경 구축을 모색해왔다.
지금까지 진행된 시범사업을 들여다보고 향후 모색해야 할 '지역사회통합돌봄' 방안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부천시 통합돌봄사업에서 시민들이 케어팜을 이용하는 모습. 사진 부천시 제공


#. 만 73세 독거노인 금순씨는 거주지가 없다. 고혈압·당뇨와 치매를 앓고 있는 가운데 척추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요양병원에 181일 장기입원 중이다.

부천시 의료급여팀은 전산시스템을 통해 이런 상황을 파악했다. 통합돌봄창구 사회복지담당 공무원과 의료급여 사례관리사가 병원으로 찾아가 금순씨를 상담했다.

상담 후 사회복지담당-간호직 공무원-의료급여 사례관리사-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지역케어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 금순씨에 적합한 돌봄지원 계획을 세웠다.

부천시 통합돌봄사업에서 방문약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 사진 부천시 제공

금순씨는 전세임대주택으로 이사해 주거공간을 마련했다. 맞춤형 영양지원과 방문약료서비스, 지역복지관 안부확인 등을 통해 이전보다 나은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됐다.(부천시 노인통합돌봄 대상자 사례)

'아프더라도' '거동이 불편하더라도' '혼자여도' '거처가 불안정하더라도' '생계가 어렵더라도'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에서 온전히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주거-복지서비스를 맞춤형으로 통합지원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6월부터 노령 질병 등의 사유로 돌봄이 필요하지만 평소 자기가 살던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지역사회통합돌봄 선도사업을 16개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다.

핵심서비스는 주거지원, 방문형 보건의료와 건강지원, 방문요양, 일상생활 지원 등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보건의료와 건강지원 분야에는 방문형 진료·간호·재활·복약지도 서비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건강관리 등을 추진한다.

주거지원은 주택과 돌봄서비스가 연계된 지원주택을 확충하고 영구임대주택을 서비스 결합형 무장애주택으로 개조한다. 집수리 등 맞춤형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거주를 돕는다. 이외 주야간 보호, 이동지원, 영양지원 등을 한다.

제주시 장애인통합돌봄선도사업에서 진행한 장애인자립생활주택 체험홈데이 모습. 사진 제주시 제공


◆장애인-정신질환자 자립 지원 = 제주시는 장애인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추진중이다. 장애인(케어안심)지원주택 10호를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제공해 13명이 입주했다. 지역에서 자립하고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주택이다.

이 사업은 장애인들에게 주택알선과 계약, 임대주택 신청, 주거관리유지, 이사를 지원한다. 주거생활을 위한 개인안전과 건강, 가사-금전 관리를 지원하고 쇼핑-여가활동 때 교통수단 등을 제공한다.

장애인자립생활체험주택 7호도 지원했다. 생활시설 퇴소 희망자들에게 지역사회 적응을 위한 생활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장애인 맞춤 주거편의시설 설치를 위해 114가구 에 △문턱 제거 △안전손잡이 △리모컨 도어락 △바닥 미끄럼 방지 등을 지원했다.

장애인 24시간 긴급돌봄 지원서비스도 시작했다. 따뜻한 동행 1:1 행복플래너 지원서비스다. 행복플래너 6명이 발달장애인 42명과 뇌변병장애인 8명에게 긴급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동지원사업 '누리카' 지원과 함께 제주특별자지도 사회복지협의회와 끔드림봉사회가 참여해 홀로 사는 뇌병변장애인 40가구에 영양 밑반찬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시는 △장애가 불편하지 않은 삶을 위한 민관협력체계 구축 △제주형 장애인 탈시설과 자립생활 가능 모형 개발 등을 목표로 이 사업을 추진중이다.

경기 화성시는 정신질환자 대상 통합돌봄선도사업을 진행중이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보건소가 사업을 담당한다.

화성시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자립체험주택 △자립지원주택 △자립정착지원금 △장기입원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재배치 △동료지원가 양성 프로그램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초기적응 지원 △확대형 가사지원 △청년 정신건강 지원 △24시간 정신건강 위기대응 △취약지역 정신사회 재활프로그램 등이다.

이런 지원사업을 운영하면서 위기에 처한 임신부를 돌보기도 했다.

#. 조현병을 앓고 있는 한 여성이 임신 7개월 상태에서 약물복용 중단에 따른 환청 환시 등 정신건강학적 증상이 재발됐다. 남편과 별거하던 중 극단적선택 사고를 경험했다. 가족의 의뢰를 받고 지역케어회의를 통해 '위기쉼터'를 이용하게 했다.

대학병원 외래진료 후 약물복용 관리, 증상 모니터링, 안전상태를 매일 확인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통해 모자보호시설을 찾았다.

보건소는 임산부 등록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서비스,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산정특례를 등록하는 등 지역 자원과 연계해 돌봄이 진행됐다.

출산준비 등 건강관리 프로그램도 42회 실시했다. 그 여성은 "선생님, 제가 아이를 낳았어요"라고 소식을 전해왔고 남편과 재결합했다. 현재 주간재활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지역사회 돌봄자원 연계 활성화 평가 =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2021년 지역사회통합돌봄 심포지엄'에서 각 지자체들은 지금까지 진행한 선도사업 성과를 공유했다.

보건복지부는 "15개 시군구 본청과 화성시 보건소 등 선도사업 지자체에서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평균 5.5명의 담당인력을 배치했다"며 "보건-복지-주거 등 여러 분야 관계자가 협력해 수요자 중심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지역케어회의를 총 1만7932회 운영했다"며 사업체계 성과를 설명했다.

이번 사업으로 2021년 8월 기준 총 2만3422명을 대상으로 욕구조사·상담 후 2만1585명(92.2%)에게 주거 보건의료 일상생활지원 요양 등 총 582개 서비스(지자체당 평균 36.4개)를 제공했다.

서비스 제공 결과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노인 85점, 정신질환자 83점, 장애인 72점 등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상생활지원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보호자의 부양부담은 대체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점 척도 기준 노인 2.4→2.0점, 장애인 2.9→2.5점, 정신질환자 2.4→2.0점으로 확인됐다.

장숙랑 대한간호협회 지역사회간호정책위원은 "보건의료-주거 자원의 이용 접근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지역사회 안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 보건의료자원, 주거 복지자원 등의 관계와 접근성도 분명히 향상됐다"고 밝혔다.

◆일차의료 연계 기본적으로 갖춰야 = 다만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사례관리를 중심 역할로 삼는 사업들이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 위원은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인프라는 유한한데 사례관리 사업만 늘어나는 방식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혜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사회서비스제도가 성숙과정(노인-아동돌봄) 혹은 초기 정착단계(장애인서비스, 보호서비스)에 있다"며 "지역에서 준비해야 할 인적 물적 자원의 부담이 큰 실정"이라고 말한다.

돌봄이 필요한 대상군의 다양한 욕구/위험/문제 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공통적인 기준으로 활용이 가능한 체계적인 정책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종한 인하대의대학장(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통합돌봄선도사업에서 지역 내 일차의료가 기본적으로 연계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노인-장애인 등 돌봄대상의 기본 건강관리와 보건의료 전문서비스를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손호준 복지부 지역사회통합돌봄추진단장은 "올해 통합돌봄 선도사업의 대상자를 발굴해서 통합돌봄모형을 구체화할 계획"이라며 "이전 선도사업에서 의료돌봄사업이 약했기 때문에 대상자의 서비스 욕구 중심으로 보강해 향후 선도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25년 전국적 사업기반 마련을 위해 통합돌봄법 제정 등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정춘숙 의원 대표발의(2020년 11월), 전재수 의원 대표발의(2021년 7월)한 '지역사회 통합돌봄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연재기사]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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