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에 설립시기 불투명 … 독립적 시장감시·다크풀 등 추가 논의 필요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대체거래소(ATS) 설립준비위원회에 30곳이 넘는 증권사들이 참여의사를 밝히며 제2 증권거래소 설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주식거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ATS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설립에 탄력이 붙었다.

하지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거래대금이 줄어들자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증시 부진상황에서는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 양쪽 다 수익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위험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심사 매뉴얼) 발표가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설립시기도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고 투자 실익부분에서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우려가 증권가에 퍼지고 있다. 구체적인 ATS 설립까지는 해결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30여곳 이상 출자의사 밝혔지만... = 29일 금융투자협회 내 자본시장혁신과제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ATS준비설립에 참여하기로 한 증권사는 중소형까지 포함해 30여곳이 넘는다. TF가 제시한 ATS의 목표 자본금은 1000억원 이상이며, 지분관계는 아직 논의 중이다. TF는 금투협을 중심으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7개 ATS준비설립위원회 증권사에서 파견된 직원들로 구성됐다.

증권사들은 ATS가 설립되면 수수료 인하와 거래시간 연장, 빠른 매매체결이 이뤄지면서 거래량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에서 주식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인원과 비용이 적게 들어 주식거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ATS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설립에 탄력이 붙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 상황이 다시 악화되는 가운데 국내 주식 거래대금이 대폭 줄었다. 이에 수익성 부담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의 6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9610억원으로 지난해 6월 일평균 금액 16조948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 또한 7조4460억원으로 작년 6월 10조4500억원보다 29% 줄었다. 이밖에도 아직 제도적인 부분에서 논의가 마무리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3분기 이내에 ATS 설립신청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심사매뉴얼 하반기에 가능 … 인가 시기 "시장상황과 연계" =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변수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심사 매뉴얼)도 먼저 확정돼야하는데 아직 금융위원회의 심사기준도 정해지지 않았다. 당초 상반기 내 확정될 것으로 알려진 ATS의 가이드라인(심사 매뉴얼)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심사매뉴얼에는 ATS의 전산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인적·물적 요건 등이 제시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현재 대체거래소 심사매뉴얼 만들고 있는 단계로 하반기 중 완성될 예정"이라며 "ATS 심사는 연내 들어갈 수 있지만 거래소 설립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증시 등 시장상황과 연결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금융위원회는 예비 인가 신청을 받고 2개월 이내에 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보완을 위한 결정 기간을 사실상 무한정 연장할 수 있다. 예비 인가 이후 본 인가의 보완 기간 역시 정해져 있지 않다.

◆시장감시 업무관련 이해상충 방지 개선 필요 = 한편 시장감시 업무관련 이해상충 방지는 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로 지적된다. 유통시장의 경쟁관계인 거래소와 ATS의 관계를 고려하면, 시장감시기능이 정규거래소의 권한인 것은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공정한 경쟁 훼손 및 시장감시 기능에 대한 권한 남용 등의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또 ATS의 설립취지가 자본시장의 인프라를 개혁하고 유통시장의 경쟁과 효율성을 도모하고자 함인데, 거래소가 ATS의 감독 및 감리를 하는 것은 ATS 설립 취지의 퇴색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이론적으로 접근하면 독립된 제3의 기관이 시장감시 기능을 담당하는 게 맞다. 하지만 현실에선 비용 문제와 효율적인 통합 감시시스템 운영 등을 고려하면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향후 ATS가 설립되어 ATS의 운영과정 등을 살펴보면서 공정성·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독립적인 시장감시기구 설립 또는 자율규제기관이 담당하는 방안 등에 대한 개선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비공개주문시장(다크풀) 허용 논란 = 일각에서는 거래소와 차별화를 할 수 있는 제도로 비공개주문시장(다크풀)이나 코로케이션(Co-Location)의 허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다크풀은 거래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시스템이며 코로케이션은 초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고빈도 매매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두 제도 모두 시장 유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자 보호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어 일장일단을 갖고 있다. 다크풀 허용을 주장하는 측은 "국내도 ATS가 설립되어 운영될 시 다크풀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며 "다크풀 허용과 관련해 거래정보의 투명성 및 매매체결 등 관련 규제방식에 대한 논의와, 정보공개 범주 및 기준 등을 명확히 설정해 시장왜곡 현상 등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현재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환경상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다크풀이나 코로케이션을 추진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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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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