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활용해도 첨단기법으로 추적가능"

"마약사범은 반드시 잡힙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박남규 팀장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당장은 안잡힐 것 같아도 마약범죄는 중독성으로 인해 반복되기 때문에 언젠가는 잡히게 돼 있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형사사건과 경제범죄수사 등을 두루 거친 '수사통'으로 2018년부터 마약범죄수사를 전담해오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박 팀장을 만나 마약범죄와 단속현황에 대해 들었다.

■경찰이 마약류 사범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는데 현황은 어떤가.

경찰청 차원에서 8월부터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보다 앞서 7월 중순부터 단속을 강화했다. 올들어 7월까지 검거한 마약류 사범은 74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검거 인원이 14.6% 늘었다. 8월 이후에도 932명의 마약류 사범을 검거했다. 당초 10월말까지였던 집중단속기간을 연말까지 확장했다. 그만큼 마약범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차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일선 현장에서 느끼는 마약범죄의 심각성은 어떤가.

과거에는 마약사범이 제한돼 있었지만 갈수록 광범위해지고 있다. 마약투약자를 검거해보면 멀쩡한 직장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평범한 주부도 있고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있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마약에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상 곳곳에 마약이 침투해 있다.

마약범죄라는 것이 당장 누구를 해코지하거나 피해를 주는 경우가 드물어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단 마약에 빠지면 갈수록 중독이 심해지고 결국 직장도 가족도 모두 잃게 된다. 마약 판매책으로 전락해 근근이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본인 뿐 아니라 가족도 피폐하게 만들고 사회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것이 마약범죄다.

■마약사범의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마약범죄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10대 미성년자가 마약을 투약하다 검거되기도 한다. 대부분 단순 호기심에, '다이어트에 좋다'는 등의 친구나 선배의 권유로 마약을 접하게 된다. 처음엔 '한번만 해보자'고 생각하지만 일단 마약을 접하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미성년자가 무슨 돈이 있겠나. 마약을 구하기 위해 계속해서 더 나쁜 길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인터넷을 이용한 거래가 늘어나면서 마약 수사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다.

대면으로 마약이 거래됐을 때에는 타깃을 정해 수사할 수 있었다. 혐의자를 추적해 마약 거래가 이뤄지는 현장을 덮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비대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수사하기가 훨씬 어렵다. 휴대폰, CCTV 등을 분석해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식으로 수사가 이뤄진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장기간 잠복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다. 또 범인을 잡아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다보니 범죄사실을 하나하나 입증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러면 마약범죄를 근절하기 힘든 것 아닌가.

마약사범의 범죄가 지능화되는 만큼 수사기법도 고도화되고 있다. 가령 가상화폐나 전자지갑을 활용하면 수사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경찰은 전문팀을 갖추고 첨단 프로그램을 통해 추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마약범죄는 중독성 때문에 반복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안 잡힐 것 같아도 결국엔 잡힌다는 점을 명심하고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

["소리 없이 다가온 '마약' " 연재기사]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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