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약자 저연령화, 입수경로 다양화 뚜렷 … 위장수사 확대, 전담기관 신설 꾸준히 제기

우리나라는 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마약 오염국'으로 전락했다. 유엔은 마약류 사범이 10만명당 20명 미만일 때 마약 청정국으로 지정하지만, 2016년 이후 이 기준을 넘어섰다. 특히 마약류사범의 연령이 낮아져 20대는 물론 10대 중독자까지 증가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3회에 걸쳐 사회 곳곳에 소리 없이 스며들고 있는 마약의 폐해와 해결책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과자류에 숨겨 밀반입한 합성대마 | 부산본부세관은 동남아 국가로부터 마약류를 밀수입한 혐의로 외국인 노동자 3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사진은 과자류에 숨겨 국제우편으로 밀반입한 합성 대마. 사진 부산본부세관 제공


정부가 해마다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마약류 사범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장수사 확대, 전담기관 신설 등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유통 과정이 지능·고도화돼 검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수사기관들에 따르면 최근 마약류 사범의 가장 큰 특징은 '저연령화'다.

대검찰청의 '2021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10대의 경우 2017년 119명으로 전체의 0.8%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8%(450명)를 차지할 정도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또 20대는 같은 기간 2112명(15.0%)에서 5077명(31.4%)으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 30대(25.4%)를 합하면 지난해 전체 마약류 사범 중 10~30대 비율은 59.6%에 달한다. 반면 2017년 30대 이하 비율은 41.8%에 불과했다.

실제로 경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최근 마약을 판매한 20대 A씨와 판매·운반·환전책 3명 그리고 구입·투약 사범 82명 등을 검거했다. A씨 등 4명은 지난해 5월부터 텔레그램에 마약류 거래 채널을 만들어 판매 광고를 했다. 이들은 구매자로부터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입금받은 뒤 특정 장소에 마약을 미리 가져다 두고 찾아가게 하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류(필로폰, 합성 대마 등)를 판매해 1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특히 A씨에게 마약을 산 82명 중에는 20대 65명(79%), 30대 15명(18%)이 포함됐다.

◆일반인 접근 쉬워져 = 이런 현상은 마약류를 입수하는 경로가 다양해진데 따른 것이다. 과거 마약류 거래는 범죄단체와 조직 등을 통한 밀반입이 사실상 유일했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일반인들의 마약류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특히 다크웹을 주목한다. 다크웹은 IP 주소, 데이터흐름 등 접속정보를 소프트웨어를 통해 암호화해야 접속 가능한 웹사이트다. 유사한 개념인 딥웹 역시 비밀번호 보호기능이 있어 비슷하다.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를 이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결제는 가상화폐로 이뤄진다. 마약이 거래되는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일이 없고, 전화 또는 e메일도 사용하지 않아 통신기록도 남지 않는다. 마약류 전과가 없는 이들이 은밀하게 거래되는 비대면이라는 점과 호기심에 범행을 저지르기 좋은 조건이 조성된 것이다.

마약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대학생이나 청년층의 마약사건은 셀 수 없을 정도"라면서 "청년층이 주로 연루되는 보이스피싱의 경우 비강남권인데 반해 마약범죄의 경우 강남권 거주자가 많은 것도 특이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약사건의 경우 회당 수십만원의 비용이 필요한 데 상대적으로 부유한 강남권 청년층이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강력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에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흡연이 쉬운 전자담배 액상으로 마약을 투약했다가 처벌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밀반입 방법도 다양 = 또 다른 특징은 국제우편을 통한 밀반입이 증가한 점이다.

지난 6월 인천본부세관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택배기사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A씨는 과거 자신이 담당했던 택배 배송지 가운데 물품을 직접 수령하지 않았던 곳을 대마초 수신 장소로 택하고, 미국에 있는 발송인에게 고객 이름·연락처·주소 등 운송장 정보를 보냈다. 그러고는 주변 택배기사들에게 국제우편물이 도착하면 자신에게 연락을 달라고 요청하는 등 치밀하게 밀수 계획을 세웠다. A씨는 마약이 담긴 국제우편물을 받기 위해 집배원에게 연락한 뒤 우체국에 갔다가 세관에 긴급 체포됐다.

국제우편을 이용하는 외국인 범죄자도 증가했다.

부산본부세관은 최근 동남아 국가로부터 마약류를 밀수입한 혐의로 외국인 노동자 B씨 등 3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합성대마 1950㎖를 과자류에 숨겨 밀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인들의 거주지로 발신지를 설정해 국제우편으로 5차례 걸쳐 마약류를 반입했다. 이들은 자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메신저를 이용해 판매처를 알리고, 거래하기도 했다.

◆한발 앞서는 범죄자들 = 수사당국은 최신 수사기법을 활용해 마약류 유통을 단속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범죄수법 변신에 역부족이다.

사정이 이쯤되자 경찰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위장수사기법을 도입한데 이어 마약 범죄 수사에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수사재량권이 확대되지 않으면 마약 사범들의 뒤만 쫓아가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위장수사는 이른바 '함정수사'의 일종으로 마약·조직범죄 수사 등에서 활용되는 기법이다. 수사기관이나 그 위탁을 받은 사람이 신분을 위장해 마약을 구하는 척하다 제공하는 사람이 있으면 체포·수색하는 방법이다. 법적 기준이 없어 경찰관이 범죄를 교사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사전문가들은 마약수사와 같이 당사자 간 의사합치로 은밀하고 교묘하게 진행되는 범죄의 경우 사후에 대응하는 기존 수사방식의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인 수사의 경우와는 달리 일정한 기준 내에서 피의자를 미리 수사 대상으로 끌어들이는 사전대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도 마약수사의 경우 어느 정도 위장수사가 가능하다. 경찰의 경우,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일부 사안에 대해 위장수사를 진행한다. 2007년 대법원은 잠입수사를 범의유발형 수사와 기회제공형 수사로 구분했다. 그리고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해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해 범죄인을 검거하는 경우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며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해 범행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에 불과한 기회제공형 수사는 허용했다.

◆법적근거 없이 판례에 의존 = 하지만 수사현장에서는 판례가 아니라 위장수사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장수사로 잡힌 피의자가 '범행을 저지를 생각이 없었는데 경찰 꼬임에 넘어갔다'고 주장하거나 법원이 증거가 적법하게 수집되지 않았다며 무죄 판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도박과 함께 마약범죄 위장수사 법제화를 위한 판례와 해외 사례, 부작용, 법령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취임 후 일선에 배포한 '전략과제 및 주요 정책과제' 문건에서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한 위장수사를 마약류 및 불법도박 수사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유통 경로로 인터넷·SNS와 다크웹·가상자산을 이용한 사례는 각각 2544명과 832명이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단순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수사기관과 수사관이 실적을 위해 범죄 의사를 유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수사기법으로도 수사·검거가 가능한데 지나치게 수사 재량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모델 = 위장수사 법제화와 함께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독립된 단일수사기관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러 곳에 분산된 업무를 집중적으로 수행, 전문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현재 마약 업무는 보건복지부 검찰 경찰 관세청 해양경찰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 분산돼 있다.

단일 마약수사기관의 대표적인 모델은 미국 DEA다. DEA는 법무부 산하 독립 수사기관으로 마약 제조·밀수부터 중독자와 재범자 관리, 마약 유통 관리·감독, 국제공조까지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영국의 중대조직범죄청(SOCA)과 태국 마약단속청(ONCB)도 주목받고 있다. SOCA는 2006년 발족해 마약범죄를 중심으로 각종 조직범죄를 담당한다. 국립범죄수사대(NCS)와 국립범죄정보처(NCIS), 세관, 내무부 이민 업무 출신 전문가 등 정예 요원을 선발해 운용하고 있다. SOCA 업무 중 절반이 헤로인과 코카인 밀매나 마약조직 적발 등이다.

2002년 창설된 태국 ONCB는 동남아시아에서는 보기 드문 단일 수사기관이다. ONCB 사무총장은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마약류단속위원회(NCB) 위원으로 임명된다. ONCB는 NCB에서 결정된 마약단속 업무를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

일부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사이버 범죄에 특화된 온라인 수색과 같은 실효성 있는 수사기법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 수색은 수사기관이 타인의 정보통신(IT) 시스템에 은밀히 접근해 시스템 이용을 감시하거나 여기에 저장된 데이터를 비밀리에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온라인 수색이 수사에 동원될 경우 사생활 침해를 야기할 것이란 시각도 있어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소리 없이 다가온 '마약' " 연재기사]

오승완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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