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수출입→유통 관련 범죄로 확대

검찰의 마약 수사 역량이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검찰의 마약범죄 수사가 '마약류 수출입 또는 수출입 목적의 소지·소유 범죄'로 제한돼 있던 것을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대부분의 마약 수사(단순 소지·투약 제외)를 다시 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검수완박법' 시행으로 전문 마약수사 역량을 사장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해왔지만 시행령 개정으로 이를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10일 개정된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에 앞서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경제 범죄 범위를 대폭 늘렸다. 이에 따라 마약 유통과 조직범죄,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도 경제범죄로 정의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마약류 범죄와 관련해 기존 시행령에 따르면 검사가 수사 개시 가능한 범위는 '마약류 수출입 또는 수출입 목적의 소지·소유 범죄'로 제한돼 있었다. 검찰은 그동안 전국 38개 검찰청에 마약수사관 274명을 배치, 가액 500만원 이상의 마약류 밀수입 사범에 대한 직접수사를 해왔다.

이로 인해 검찰이 직접 인지한 마약류 범죄는 지난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개정 형사 제도 시행 1년 검찰 업무 분석'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직접 인지한 마약류 범죄는 지난해 총 236건·291명으로 2020년(880건·1026명)보다 각각 73.2%, 71.6% 줄었다.

대검의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전체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수사권 조정 전인 2020년 총 1만8050명에서 조정 후인 2021년 1만6153명으로 약 11% 감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검찰은 마약 수사 직렬을 따로 선발하고 전문성을 키워 미국의 마약수사국(DEA) 같은 전문 수사기관 역할도 해왔는데 기존 법규로 마약 수사가 상당히 제약돼 왔다"고 밝혔다.

새롭게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경제범죄로서 논란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단순 소지, 투약 등을 제외하고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를 경제범죄로 규정해 사실상 검찰의 마약 수사가 원상 회복됐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 유통과 관련된 범죄는 불법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전형적인 경제범죄에 해당한다는 점과 함께, 수사권 조정 이후 마약범죄 단속 인원이 감소하는 등 국가적으로 마약 범죄에 대한 대응 역량 회복이 시급한 상황인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무부가 '검수원복'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검찰은 수사 역량을 모아 조직폭력·마약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인천·수원·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6대 지검의 조직폭력·마약 범죄 전담 부장검사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전담부서) 회의를 열고 최근 심각해진 조직폭력·마약 범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이날 "우리나라는 2018년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했으며 특히, 10대 사이 마약 노출과 투약 확산세가 매우 심각하다"며 "2차 강력범죄로 무고한 국민이 희생되고 있지만 형사처벌과 예방 치료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신 부장은 이어 "마약은 적발된 물량만 1조8000억원 어치이고 적발되지 않은 양을 감안하면 10배, 100배로 더 많을 것"이라며 "경찰이나 관세청 등 유관 기관과의 협력관계를 다시 복원해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부장은 또 "전국의 강력부가 대부분 폐지되고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범죄 대응에 공백이 생기고 전담수사체계 등에 미진한 부분이 발생했다"며 "전담검사 지정 등 7월부터 이를 고치기 위한 조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축적된 수사역량을 모아 공동체를 지키고 국민이 안전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마약청정국' 지위를 되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수사청 신설 등 대안 없이 검찰의 마약수사 기능이 폐지될 경우, 수십년 간 쌓아온 마약 단속에 대한 전문수사력과 국제공조 시스템이 사장되고 결국 국가 마약통제역량 약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약류 통제에 대한 국가 전체의 대응 역량이 강할수록 사회·경제의 안정에 유익하고, 수사로 인한 정치적 편향이나 공정성 문제가 야기될 우려도 없다"고 했다

["소리 없이 다가온 '마약' " 연재기사]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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