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끊는 청년들의 몸부림

"모든 것 잃어, 클럽이 위험"

수년간 빠져 있던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청년들의 몸부림은 처절했다. 망가진 몸과 정신을 회복하려는 이들의 소리 없는 절규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내일신문이 만난 마약을 끊기 위해 노력하는(단약) 청년들은 "실수로 시작한 마약의 결과는 너무 비참하고 감당이 안 됐다"고 말했다. "약을 끊고 싶을 때 끊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데는 몇 개월이 걸리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인천에 사는 32세 A씨는 6년 전 남자친구의 권유로 필로폰을 접하게 됐다. 마약에 대한 두려움에 몇 차례 거부했지만 거듭된 유혹과 남자친구와 교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마지못해 주사를 맞게 됐다.

처음 경험하는 기분을 느꼈다. 이를 잊지 못하고 일주일 만에 또 주사를 맞고 말았다. 이후 약을 하는 기간이 2~3일로 짧아졌다. 그러다 단속에 걸려 형사처벌도 받게 됐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평범한 만남도 가졌지만 또다시 헤어짐을 겪은 후 밀려오는 상실감에 다시 약을 찾게 됐다. A씨는 그때 '중독됐다'는 걸 알게 됐다.

"아버지가 사고로 다치시고 경제 사정도 안 좋아지니 무력감이 찾아왔다. 약을 권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약을 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고 A씨는 말했다.

다시 단속에 걸린 A씨는 그제야 자신의 중독을 인정하고 주변에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병원도 찾았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도움, 자신과 비슷한 경험자들과의 모임을 통해 혼자서는 하지 못했을 단약을 하고 있다.

A씨는 "마약은 질병으로, 혼자서는 단약을 할 수 없다"며 "전문가의 관리와 치료가 있어야만 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약을 위해 민간 마약중독 회복시설인 경기도다르크(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에 입소한 27세 B씨는 아는 형의 권유로 22살 때 엑스터시를 접했다.

마약 하는 또래들을 상대하지도 않던 그였다. 하지만 클럽에서 만난 형들의 권유는 뿌리치지 못했다. 그 한번이 그를 약물에 빠지게 했다. 엑스터시 대마초 GHB 코카인 필로폰 헤로인까지 손댔다. 6개월만에 하루라도 약을 거르면 견디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원망했지만 이미 통제할 수 없었다.

B씨는 "마약은 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한번 약을 하게 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며 "자유의지로는 99% 단약에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1g에 50만~70만원 하는 약을 연기로 마시면 효과는 3시간 만에 끝났다. "끊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고 말하는 B씨는 "부모님이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후부터 자각하게 돼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경기도다르크에 입소해 합숙 생활을 하는 B씨는 처음으로 단약의 희망을 품게 됐다고 했다.

B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클럽의 위험을 지적하기도 했다. "클럽은 약을 부추기는 곳으로 약을 한 사람들이 클럽 분위기를 띄우기 때문에 업소에서 의도적으로 약을 뿌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B씨는 "절대 클럽에 가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26세 C씨는 20세 크리스마스 때 '하룻밤' 만난 누나의 권유로 마약을 하게 됐다. 고교 시절 막연히 "수능이 끝나면 놀겠다. 마약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화근이 됐다.

한순간의 방심이 그를 중독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5년간을 중독자로 살았다는 C씨는 "사람은 한번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마약을 하게 된 실수는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C씨는 "너무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문제"라며 "텔레그램 등 온라인으로 쉽게 약을 구입할 수 없도록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20세에 마약을 시작해 유통까지 손댔다.지금은 단약을 하면서 사회복지학 공부를 한다는 26세 D씨는 "미용실 사장, 건설회사 대표, 연예인까지 마약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유통을 하는 사람들의 종착지도 결국 마약 중독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만의 힘으로는 단약이 안 되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상현 경기도다르크 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장은 "한순간의 실수가 평생 중독자로 살게 하는 게 마약의 무서운 점"이라며 "혼자서는 단약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 특히 가족이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마약 사범의 처벌도 판매자와 제조자는 엄단해야 하지만 단순 투약자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뇌질환 환자로 치료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소리 없이 다가온 '마약' " 연재기사]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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