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개사 '고령화' 설문조사, 근로자 평균 연령 42세 … 갈수록 인력수급 어려움 호소

CEO·연구인력 고령화로 경쟁력 하락 우려 … 정부대책 '정년 연장' 첫번째로 꼽아

저출산·고령화는 한국사회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가장 큰 숙제다. 산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모든 업종에서 인력난이 심각하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중소기업 건설현장 농수산업 등이 멈출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은 인구구조 변화로 바뀐 시장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내일신문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산업계 어려움을 살펴보고 업종 대표 기업들의 대응을 6차례에 걸쳐 싣는다.

저출산고령화 흐름이 중소기업 전반에 인력난, 생산성 저하 등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중소기업 절반 가까이는 뚜렷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같은 사실은 내일신문이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중소기업 11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확인됐다.


조사결과에서 중소기업 82.8%는 저출산고령화에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이중 '매우 그렇다'는 46.2%에 이르렀다. '받지 않는다'는 8.6%에 불과했다. 제조업 비제조업 모두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같은 기간 대기업·중견기업 조사(91개사)와 비교하면 중소기업이 저출산고령화 영향에 더 노출돼 있다. 저출산고령화 영향을 받는 대·중견기업은 50.5%였다. 24.1%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취업자 감소될 듯 = 중소기업들은 영향 받는 분야로 인력수급 어려움66.3%)을 압도적으로 꼽았다. 저출산고령화가 중소기업 인력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15.4%)를 걱정했다.


중소기업들의 고민은 고용노동부가 올 2월 발표한 '2020~2030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는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2030년이 되면 중소기업 취업자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업의 경우 디지털전환 관련 기술·소재 업종은 증가하지만 자동차·트레일러(-8만8000명), 의복·악세사리(-4만1000명), 섬유(-2만명), 금속가공(-1만2000명), 1차금속(-1만2000명), 인쇄(-9000명) 등 고용규모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생산직군 기능직 취업자도 크게 줄어 기계 조작직군에서만 4만7000명의 일자리가 증발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혁신이 가속화되고 있어 중소기업계 인력난은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평가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는 경영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기업은 10곳중 4곳 이상(43.6%)이었다. 23.0%만이 경영방안을 갖췄고 준비중인 곳은 1/3 정도였다. 절반을 약간 웃도는 56.3%만이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고령인력 붙잡고 싶어 = 중소기업들은 시급한 인력난 해소 방안으로 '정년 연장'을 꼽았다.

72.6%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정년연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생산성 저하나 노동인력 부족 대응방안 중에서도 '정년 연장'을 가장 많이(43.6%) 원했다.

다음으로 '근로자 업무능력 향상'과 '신사업 진출'이 각각 34.2%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경우 고령인력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중견기업의 경우 정년 연장은 1.2%에 불과했다. 근로자 업무능력 향상 교육(48.2%)과 직원복지 확대(37.6%)를 주요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중소기업은 원하는 정부 추진정책도 '정년 연장'(20.5%)을 첫번째로 꼽았다. 고용확대 기업 세제혜택(18.8%), 외국인 인력 배정(쿼터) 확대(17.9%), 근로자 업무능력 향상 지원(14.5%)이 뒤를 이었다.

그간 중소기업계가 주요하게 요구해온 스마트공장 도입 지원(12.8%)과 신사업 진출위한 규제 완화(9.4%)는 후순위로 밀렸다. 이는 당장 급한 인력난 해소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소기업계가 '외국인 노동자 쿼터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는 중소기업 생산인력난을 해소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계 인력 현황 및 2022년 외국인근로자 수요조사'에 따르면 응답업체 65%는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022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외국인력 도입제도 개편이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외국인근로자 연간 입국 쿼터를 폐지하고 현장 인력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개별 기업에 대한 외국인 고용한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조업 CEO 60대 이상 30.7% = 중소기업계는 이미 고령화가 진행중이다. 이번 설문에 응한 117개 중소기업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42세였다. 연령대별로 비교하면 40대가 53.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30대가 30.4%, 50대 13.9%, 2.6%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CEO) 고령화도 중소기업계에 닥친 중요한 과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국내 중소기업 대표자는 53만7283명이고 평균 연령은 52.5세다. 이중 60대 이상이 22.0%다. 제조업의 경우 60대 이상이 30.7%에 이른다. 이중 60대 이상 비중은 10년 새(2010~2020년) 2배 이상 증가했다. 30년 이상된 기업 대표자 중 60대 이상은 80.9%다.

중소기업계가 '기업승계'를 주요화두로 내거는 이유다. 이들은 가업승계를 하지 않을 경우 절반 이상(52.6%)이 폐업이나 기업매각 등을 했거나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석용찬 중소기업경영혁신협회 회장은 "경영자 고령화는 기업승계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중소기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인수합병을 통한 스케일업 등 다양한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국경제구조가 탄탄해진다"고 강조했다.

◆R&D인력 수급 악화 = 연구인력도 늙어가고 있다. 연구인력 고령화는 중소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매우 우려된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중소기업 청년 R&D인력 현황 분석'(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소기업의 청년연구원(39세 이하) 비중은 54.3%로 중견기업(64.7%)과 일반 대기업(62.0%)에 비해 낮았다.

문제는 청년연구원 비중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78.4%에서 2018년 54.3%로 떨어졌다. 10년 만에 청년연구원 비중이 24.1%p 감소한 것이다.

중소기업 연구소별 청년연구원(도 6.2명에서 2.3명으로 3.9명 줄었다. 반면 40세 이상 연구원은 1.7명에서 1.9명으로 늘었다.

실태조사에서 중소기업 51.8%가 적정 수준보다 현재 R&D인력이 부족하며 44.5%는 향후 R&D인력 수급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기업기술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술개발수행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시도는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중소기업 기술개발 시도는 2012년 5.70건에서 2018년 2.68건으로 감소했다. 기술개발사업화 성공률도 지난 6년간 줄어들고 있다. 2012년 40.4%에서 2018년 20.9%로 절반으로 떨어졌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여전하고 신규 인력이 숙련공이 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중소기업은 기존 인력 유지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오 원장은 "중소기업은 기능인력은 물론 연구개발인력도 부족하다"면서 "외국인 우수 인력 수급 문제를 이제 신중하게 논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중소벤처기업들의 인력난 극복 비결] 퇴직 기술자 뭉쳐 창업, 대기업 수준 복지 제공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