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기반으로 '목적 있는 여행' 즐겨 … 체험 등 활동적 여행 선호·인문학 교육 참여 증가 추세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노인인구가 전체의 20%) 진입을 앞두고 행복한 노후를 위한 사회환경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지 오래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은 또 높은 자살률을 낳고 있다. 만성질환에 시달리지만 각자 알아서 자신의 건강을 챙겨야 하는 저급한 건강관리시스템, 그리고 가족이나 동네 공동체와 단절되고 텔리비젼 앞에서 무료하게 지내는 생활은 우리나라 노인들이 '우울하고 불행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행복한 노후 만들기라는 시대의 뜻을 모아 기획한다. <편집자주>

경북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내 조각 공원 포토존에서 고령층이 관광을 즐기는 모습.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초고령사회 진입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고령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고령층 관광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현 고령층은 경제적 기반을 갖춘 것은 물론, 기존 단순 참여 위주의 '효도여행'과는 달리 스스로 여행에서 의미를 찾는 '목적 있는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방식도 체험 등으로 보다 다양화하는 추세다.

따라서 고령층을 단일한 집단으로 간주하지 말고 세분화해 맞춤형 정책과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여행 다시 늘어 =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 갈수록 확장하는 추세다. 201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고령친화산업 육성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여가 금융 주거 등 9개 고령친화산업의 시장 규모는 2015년 67조9000억원에서 2020년 124조9825억원으로 확대됐다. 2015년에서 2020년까지 2배에 가까운 고령친화산업의 성장은 고령층의 경제력에 근거를 뒀다.

경제력을 기반으로 여가 시간에 여행을 즐기는 고령층은 갈수록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여행조사 결과 고령층의 국내여행 경험률은 갈수록 높아졌다. 60대의 국내여행 경험률은 2018년 91.4%, 2019년 96.5%, 2020년 82.4%에 이어 2021년 93.8%로 나타났다. 70대 이상의 국내여행 경험률은 2018년 71.0%, 2019년 92.6%, 2020년 66.7%에 이어 2021년 83.5%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했던 2020년에 여행 경험이 잠시 주춤했으나 2021년부터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여행 동기 '다양한 인면맺기' = 고령층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 여행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목적 있는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활동적인 여행을 즐겼으며 인문학 교육에 대한 참여율이 높았다. 과거 자녀가 구입해주는 관광상품에 단순 참여하는 방식의 '효도여행'과는 큰 차이다.

2022년 7월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 데이터앤투어리즘(Data & Tourism) 13호 '시니어, 시니어라 불리고 싶지 않은 세대의 여행 이야기' 보고서(데이터앤투어리즘 13호 보고서)는 최근 3년 동안 소셜미디어 빅데이터를 분석해 "자녀의 금전적인 지원으로 떠났던 효도여행과 다르게 스스로 비용을 지불하며 자신의 취미와 추억, 삶의 의미를 찾는 목적 있는 여행으로 변화됐다"면서 "고령층 여행 동기는 '다양한 인연 맺기, 행복한 노후생활, 건강과 젊음 유지, 삶의 질 높이기'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층은 복잡한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과 자연 즐기기, 부부생활의 윤활유 역할, 친구 및 지인과의 편안한 시간 등을 여행을 떠나는 이유로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또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기반으로 고령층 여행의 경향성을 분석해 △활동적인 여행 선호 △인문학 교육 참여율 높음 △디지털 기기 관심 증가 △안전에 민감한 편 등으로 제시했다.

고령층은 여행을 할 때 체험을 선호하며 미술관 박물관 등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율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또 여행을 할 때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에 관심이 많으며 코로나19 이후 방역수칙과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 4개 유형, 여행방식 달라 = 이에 고령층을 하나로 묶어 단일화하지 않고 유형을 나눠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행에 대해 다양한 요구를 지닌 고령층에 대해 세분화한 유형에 맞춰 맞춤형 정책과 사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정보접근의 어려움 등 고령층 대부분이 여행을 주저하는 요인을 파악하고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2018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고령층 국내관광 활성화 방안 연구'에서 오훈성 부연구위원은 고령층을 건강 정도와 소득 정도에 따라 5개 집단으로 구분하고 맞춤형 관광정책을 펼칠 것을 제안했다. △활동적 고령층 △적극적 고령층 △순응적 고령층 △소극적 고령층 △일반적 고령층이 그것이다. 적극적 고령층은 건강상태가 양호하고 소득수준이 높은 집단으로 가장 여행을 많이 즐기는 집단으로 이 집단을 고려한 여행사 등 민간 영역에서의 여행상품이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됐다.

활동적 고령층은 건강상태가 양호하나 소득이 낮아 경제적 제약이 있어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집단이며 순응적 고령층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며 소득수준이 높은 집단으로 신체적 제약이 있어 정부의 인프라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극적 고령층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소득수준이 낮은 집단으로 경제적, 신체적 중복 제약으로 관광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경제적 지원과 인프라 지원이 동시에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 고령층은 건강상태와 소득수준이 전체의 평균정도에 해당하는 여행에 대한 잠재수요층으로 이들의 생활방식을 고려한 여행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최근 연구는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고령층을 세분화했다. 2022년 1월 데이터앤투어리즘 7호 '빅데이터와 여행행태조사로 보는 관광 위기상황에서의 소비동향 및 유형별 여행행태분석' 보고서는 소비자 인구 통계적 특성과 생활방식, 추구하는 가치 등을 기준으로 소비자 유형을 분석해 중장년층이 주로 속한 4개 유형에 주목했다.

각 유형은 △건강, 안전 추구 중년층 △활발하고 알뜰하게 소비하는 중장년층 △환경, 지역사회에 필요한 소비만 하는 정년퇴직층 △다양한 분야에 소비하는 고소득층 등으로 구분된다.

이를 바탕으로 중장년층이 다양한 수요와 성향을 가진 고령층 소비자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60세 이상을 단일 불특정 집단으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각 유형별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여행을 하는 방식은 다른 것으로 나타나 이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요구된다.

◆연령 아니라 '은퇴' 등 다양한 기준 = 또 고령층 세분화 기준에 대해 데이터앤투어리즘 13호 보고서는 △체력에 어려움이 없는 50~60대와 체력에 어려움을 느끼는 70~80대 이상 △연령으로 규정하지 말고 '은퇴 이후'를 고민하는 시기에 따른 구분(대략 65세 기준) △배움의 의지 및 변화에 대한 개방성 여부 등으로 제안하며 '고령층 대상 체험 프로그램'과 같은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아울러 고령층이 여행을 할 때 덜 어려움을 겪고 보다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여행 정보 접근성 강화 △팬데믹 이후 안심 여행 수요 충족 △디지털 격차 해소 △국내 여행 활동 지원을 위한 동반 투어 △시설 미비 등 물리적 여행 환경 장애 해소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한 기록 공유 확대 지원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선희 한국관광공사 관광컨설팅팀장은 "현 고령층은 체력, 기기 활용 능력, 생활방식, 평균 수명 등 과거와 크게 달라진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어 단일집단으로 보지 말고 세분화해야 한다"면서 "체험과 강습형 프로그램 특화, 계절 여행 콘텐츠·프로그램 개발, 부모 동반 여행 등 동반자에 따른 여행상품 구성 등 세분화한 고령층 특성을 반영한 여행 상품과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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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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