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령층 관광정책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령층 맞춤형 여행교육 프로그램으로 '꿈꾸는 여행자' 사업을 운영 중이다. 고령층을 포함해 관광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열린관광지' 사업도 고령층 관광정책에 포함할 수 있다.

◆활동적 고령층 위한 '꿈꾸는 여행자' = 꿈꾸는 여행자 사업은 문체부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중앙회)가 함께 운영하며 시범사업을 거쳐 2020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21년까지 약 700명이 참여했고 올해 570명이, 2023년에 약 600명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9년 10월 29일 꿈꾸는 여행자 서울 3기와 4기가 대전 장태산을 여행하는 모습. 사진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제공


2018년 서울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래 서울은 물론 강원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등 전국에서 운영한다. 한 기수당 30명 정원으로 진행하는데 매회 최대 10: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인다.

꿈꾸는 여행자 교육과정은 무료로 운영하며 총 7회차 과정이다. 함께 참여하는 동기생들과 의미 있는 여행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시작으로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해 교통과 숙박 지도 등 여행 정보를 탐색하는 법, 사진 촬영하는 법 등을 교육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참가자들은 개개인이 갖고 있는 경력과 장점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여행을 설계해본다. 여행을 설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기들과 함께 국내여행을 떠나 추억을 쌓는 과정이 마련된다.

한 열린관광지에 설치된 경사로.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이때, 실습경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그간 활동들을 기반으로 느낀 점을 발표하고 수료식을 가지며 '시작하는 여행자'로 거듭나게 된다.

이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국내여행의 즐거움을 알리는 열린강연회가 펼쳐지며 수료생들이 자발적으로 교류하고 여행을 떠나는 '꿈꾸는 여행자 동문회'도 운영된다.

강시은 중앙회 정책지원국장은 "꿈꾸는 여행자 사업은 적극적 자기계발과 건강 유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변화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가진 60세 이상의 활동적 고령층을 위한 사업"이라면서 "여행을 통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제2의 인생 설계를 지원하는 자기 주도형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여행으로 제2의 인생 설계 = 참가자들은 꿈꾸는 여행자 사업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꿈꾸는 여행자 사례집'에 따르면 꿈꾸는 여행자 교육과정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7점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체계적인 교육 △교육과정의 안정적 진행 △생생한 전문가들의 이야기 △새로운 정보 △여행방법 습득 △삶의 전환점 등을 만족하는 이유로 꼽았다.

양병옥(꿈꾸는 여행자 대전 1기)씨는 "꿈꾸는 여행자 과정을 통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여행 관련 앱 소개와 활용방법"이라면서 "이제 남은 생은 카메라로 우리 산천, 문화유적, 옛 선인들의 발자취와 현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의 삶을 가슴에 담으며 살고 싶으며 이에 동력이 된 것이 꿈꾸는 여행자 과정"이라고 말했다.

유명자(꿈꾸는 여행자 5기)씨는 "2016년 남편을 여의고 홀로서기를 위한 시작이 여행이면 참 좋겠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여행에 대해 배우고 싶어 용기를 내 꿈꾸는 여행자에 지원했다"면서 "꿈꾸는 여행자 과정을 통해 새롭게 얻은 여행 정보와 실행방법에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활동한 문화적 감각을 더해 여행을 계획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열린관광지에서 보다 편안하게 = 고령층 장애인 임산부 영유아동반가족 등 모든 관광객이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애물 없는 관광지를 구현하는 열린관광지 사업도 고령층이 보다 편리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 중 하나다. 문체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2015년부터 2022년까지 112개소를 열린관광지로 지원했다.

열린관광지 사업은 무장애 동선, 화장실, 주차장, 매표소 등 물리적 환경에 대한 접근성 개선과 함께 안내 팸플릿·점자 가이드북 제작, 촉지형 안내시설 등을 지원한다.

예컨대 한국민속촌의 경우 120cm 높이에 있는 일반적 매표소와 달리 90cm 높이에 매표소를 설치해 운영한다. 휠체어를 탄 고령층 관광객들도 쉽게 표를 구입할 수 있다. 또 계단이 아니라 경사로를 조성해 고령층 관광객이 보다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열린관광지 사업은 7일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주관 'PATA 골드어워즈(Gold Awards) 2022'에서 '모두를 위한 여행' 부문 골드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좋은 여행' 경험할 수 있어야 = 전문가들은 향후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관광정책이 보다 세심하게 전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보력이 없는 고령층과 좋은 여행을 경험해보지 못한 고령층을 위한 정책도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혜린 제주대학교 마이스(MICE)&복합리조트 연구센터 연구교수는 "꿈꾸는 여행자 사업도 정보가 없으면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고령층이 찾기 쉽게 관광정보를 제공해주는, 공신력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면서 "또 고령층 일부는 좋은 여행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 여행에 대해 돈만 쓰고 몸만 힘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이 좋은 여행을 경험하고 계속 즐길 수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고령층이 초고령 부모를 돌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같은 상황의 고령층을 위한 정부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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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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