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재생산·금융 과제 시급

대형조선소 3사와 중형조선소 중소조선소 기자재업체 등으로 이뤄진 한국의 조선산업 생태계에서 중형조선소들이 중국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수출입은행이 지난 8월 발행한 '중형조선산업 2022년 상반기 동향'에 따르면 중형선 수주는 컨테이너선을 제외한 모든 선종에서 감소했다. 현대미포조선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HJ중공업 등 중형조선소들은 중형탱커·벌크선을 주로 수주하며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25일 "중형조선소들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면 한국의 조선산업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지게 된다"며 "앞선 노동생산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탄소중립 대응에서 경쟁국들에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과 연구개발과 실증사업을 진행하며 기술력을 이전받는 방식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282개 업체가 4만4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조선·해양기자재산업은 개별 업체들을 넘어 선주의 패키지 주문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계속 요구돼 온 과제고 지난 19일 정부가 발표한 '조선산업 초격차 전략'에도 포함됐다.

황선우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경영전략실장은 "패키지 단위 수주 의뢰는 많이 들어온다"며 "조합이 에이전시와 협력해서 기업과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인력재생산과 금융은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인력확충을 초격차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웠고, 단기적으로 인력확충과 근본적으로 근로조건 개선과 원·하청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금융은 조선산업에 대한 대출에 소극적인 시중은행 등을 대신해 정책금융기관들이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수출입은행은 삼성중공업에 6억7200만달러(약 9600억원)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했다.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8척을 대상으로 했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사가 주문 받은 배를 선주에게 인도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조선사가 미리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겠다는 보증이다. 'RG'가 발급되지 않으면 수주를 완료할 수 없다. 수은은 앞서 9월 말에는 대선조선이 수주한 3척에 대한 RG도 발급했다.

정부도 '조선산업 초격차 전략'에 금융권의 RG발급이 적시에 이뤄져 수주를 뒷받침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담았다.

무역보험공사는 25일 "정부가 출연한 400억원을 바탕으로 한 중소형조선사에 대한 RG수요가 부진한데, 이를 사용할 수 있게 수요처를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형조선소에 대해서는 특례보증제를 활용해 지원한도를 더 늘려 RG수요가 있을 때 언제나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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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이경기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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