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8%, 내후년 1.9%로 전망 … "물가 안정 위해 긴축 유지" 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내년부터 2년 연속 1%대에 머무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국제기구 가운데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낮춰 잡은 건 OECD가 처음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우리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길어질 우려가 커졌다.


내년 물가는 서비스 가격과 전기·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지속되면서 3.9%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기구 중 첫 1%대 전망 =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전날(현지시간)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2.7%에서 내년 1.8%, 내후년 1.9%를 보이며 성장 흐름이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은 지난 9월 전망치였던 2.2%에서 0.4%p 내려 잡았다. OECD가 예상한 내년 세계 성장률(2.2%)을 하회한다.

OECD는 고물가와 고금리, 전 세계 경기 둔화 등에 소비와 수출이 둔화하면서 내년 성장 흐름이 약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처분가능소득 증가세가 둔화하고 주택시장이 부진하면서 민간 소비와 투자가 모멘텀(동력)을 잃을 것"이라며 "부채 상환 부담 확대에 따른 주택가격 조정가속화와 기업 부실 확대도 소비·투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수출의 경우 반도체 업황의 하강, 전 세계 수요 둔화 등이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긴장 고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정학적 긴장 등 보호주의 강화가 우리나라의 공급망 재편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국경제 상방 요인으로는 지정학적 긴장 완화, 중국의 방역 정책 전환, 대면 서비스업의 조기 회복 등을 거론했다.


◆경제위기 때나 보던 1%대 성장 = OECD의 전망치 1.8%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치와 같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2.0%)보다 0.2%p, 한국은행(2.1%)보다 0.3%p, 기획재정부(2.5%)보다 0.7%p 낮은 수치다.

한국 경제가 2%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했을 때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등이다. 대형위기를 제외하고는 꾸준하게 2% 이상의 성장률을 보여온 셈이다.

앞서 OECD의 내년 전망치와 같은 성장률(1.8%)을 제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2% 내외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1%대 후반의 성장률은 경기 둔화 국면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OECD는 2024년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내후년까지 경기 둔화 국면이 이어질수 있는 것이다. OECD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8%에서 2.7%로 소폭 내렸다.

◆물가상승 압력 커질 것 = OECD는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3.9%로 제시했다. OECD의 전망치는 IMF(3.8%), 한국은행(3.7%), KDI(3.2%), 정부(3.0%) 등 주요 기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비스 물가의 오름세와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발 물가 상승 압력으로 내년에도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올해 전망되는 물가 상승률(5.2%)보다는 낮춰 잡았다. OECD는 2024년 물가 상승률을 2.3%로 제시해 물가 오름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OECD는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인 기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당분간 긴축적 통화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가까운 시기에 추가로 정책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 금리 인상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재정 건전화 정책도 주문했다. 급격한 고령화 등에 대비해 국회가 재정 준칙을 채택해야 한다는 권고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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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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