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흄-폐암 발병 연관성 연구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 산재 인정 사례가 늘면서 급식시설과 폐암 발생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30일 보건학계에 따르면 국제암기구(IARC)는 2010년 기름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을 발암 가능물질로 분류하고 관심을 가져왔다.

국내에서는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산보원)이 '학교 급식조리 중에 발생하는 유해물질과 호흡기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2019년)' 등을 수행하기도 했다.

기름으로 음식을 튀길 때 발생하는 조리흄은 뜨거운 증기의 냉각에 의해 생성되는 지름 100㎚ 이하 고체 초미립자를 말한다. 초미세 먼지보다 작은 조리흄의 폐암과 연관성은 대만이나 중국 등 아시아에서 최근 인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폐암학회는 '한국인 비흡연여성폐암' 보고서에서 환경과 직업적 노출 원인으로 대기오염 라돈 비소 크로뮴 니켈 석면 등이 폐암 발병과 연관 있다면서 고온의 식용유 사용 조리 환경의 경우도 폐암 발생과 관련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산보원은 울산지역 24개 학교 단체급식 시설을 대상으로 조리 시 발생하는 물질의 유해성과 환기 실태, 조리사의 면역지표 등을 검사해 비교했다.

이유진 산보원 연구원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국제암기구가 폐건강에 유해하다고 제시한 물질을 측정한 연구"라며 "연구결과 해당 물질의 발생량은 많지 않았지만 가스 농도가 순간적으로 증가한 부분이 있어 급성 중독 방지를 위해 환기시설을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조리과정에서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복합적으로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포름알데히드는 비교군인 사무실 오염물질 관리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단시간 조리가 이루어지는 특성 때문에 순간적으로 다량의 연기가 발생했다고 연구는 밝혔다.

이 연구원은 "면역 수준을 비교했을 때는 조리직군이 사무직군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염증 반응, 알레르기 반응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였다"며 "조리환경이 건강영향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환기는 작업 특성상 선풍기와 에어컨이 가동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캐노피 후드에 방해기류로 작용해 배기효율이 낮은 곳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조리흄 때문에 폐암이 증가한다는 소견들이 있지만 현재의 측정법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사무실처럼 환기만 잘하면 위험요인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배기장치를 설치했어도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환기가 되지 않는 상태가 발생한다"며 "순간적인 가스 농도 증가에 따른 중독 사고를 막기 위해 환기 대응책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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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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