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하락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턱걸이로 기준 맞춰

미국은 40% 하락 시나리오 적용, 한국은행은 30%

미국 중소형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이 금융시장의 약한 고리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주택가격이 40% 가량 하락하면 저축은행이 건전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주택가격의 30% 하락을 최악의 상황으로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한 결과 저축은행도 자기자본 비율 기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미국과 같이 40% 하락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적용하면 위험성이 커진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향후 부동산경기 둔화가 심해지거나 장기화될 경우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 및 PF대출 부실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3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위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재무건전성 평가) 결과를 밝혔다.

한국은행의 첫 번째 시나리오는 주택가격이 15% 하락하고 1년간 지속되는 경우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같은 요건에서 추가부실이 확산될 경우를 포함시켰다. PF유동화증권 관련 유동성 리스크 심화로 정상 건설사와 정상PF 사업장 일부가 부실화되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주택가격이 30% 하락하고 3년 이상 사태가 장기화되는 경우다.

3가지 시나리오 상황에서도 은행·보험·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캐피탈·카드사)·증권 등 금융권 전체는 규제기준 이하로 자본비율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세 번째 시나리오에서 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8.1%로 규제기준인 8%를 간신히 넘겼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국 대형은행 등 34개 은행을 상대로 심각한 글로벌 경제 침체가 발생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40%까지 하락하는 환경을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위험도가 높은 은행으로 씨티즌파이낸셜그룹(Citizen Financial Group)과 M&T은행, 리전스 파이낸셜(Regions Financial), PNC와 웰스파고(Wells Fargo) 등이 꼽혔다. 하지만 중형은행 일부와 소형은행은 스트레스테스트에서 제외돼 위기 상황시 손실흡수능력이 어떤지 확인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 주택가격 하락을 가정했고 미 연준은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차이는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과 PF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 같은 형태의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할 경우 2금융권의 건전성 지표는 더 취약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미국 중소형 은행들이 건전성 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과 달리 국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 등은 강한 건전성 규제가 적용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은행 규모에 따라 건전성 규제를 차등화(5개 그룹)했고 규모가 작은 하위 4그룹과 5그룹의 경우 대부분 규제에서 제외돼 있다. 반면 국내 저축은행은 현재 국제결제은행(BIS)의 바젤Ⅰ기준 자기자본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또 PF대출 잔액이 총신용공여의 20%를 넘지 못하고 부동산업·건설업에 내줄 수 있는 대출 한도도 각각 총신용공여의 30%로 제한돼 있다. 부동산 관련 대출 전체 합산잔액이 총 신용공여의 50%를 넘을 수 없도록 막아놓은 것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상황과는 다른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은 그동안 별 문제가 없다며 신경을 쓰지 않아서 현재의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중소형 은행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건전성 규제를 해왔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험을 인식하고 있어서 상황이 다르다"며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미치는 충격의 정도는 미국보다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업용 부동산 PF 대출을 해준 사업장의 분양이 안되거나 건설이 지지부진하면서 문제가 될 수 있고 위험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이 공격적으로 자산운용을 하면서 예견된 폭탄이 터질 수 있는 상황이 됐고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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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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