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도따라 외교복원"

"한반도 남북대립 격화"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이 밀착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언론이 환영하는 것과 달리 중국언론은 노골적인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GT)는 7일자 보도를 통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에 따른 한일정상회담으로 도쿄와 서울이 '이상한 동침'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한일 정상이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기간에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미국의 압력 아래 일본이 극도로 친미적이고, 친일적인 한국 지도자의 임기를 중국 봉쇄라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시간창'(time window)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12년만에 복원된 한일 셔틀외교가 결국 미국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의미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대학 교수는 지난 1일 "일본과 한국의 극적인 화해는 미국의 압력에 의해 강요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기시다 총리가 첫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 의견을 빌어 의미를 부여했다. 한시앤둥 중국 정법대학 교수는 현충원 참배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지도자들에게는 일상적 일정이지만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문은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모두 각국의 우파 정당을 이끄는 지도자이고 보수 이념도 비슷하다"면서 "국립서울현충원은 우익들이 반공 또는 반북 입장을 알리는 상징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기시다 총리의 현충원 방문은 현재 양국의 긴밀한 관계가 두 우익 정당이 공유하는 이데올로기에 기반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즉 일본은 친일 우익에게만 우호적이지 모든 한국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한국 시민단체들의 반대시위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방일에 대해 '빈손'외교라고 비판했던 일을 상기시켰다. 또 역사문제 뿐만 아니라 독도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이 주권 분쟁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현재 한일 양국 간의 '화해'는 취약하며 지속 불가능하며 윤석열 정부와 보수 진영이 한국에서 권력을 잃으면 곧 바뀔 것이라고 전문가 관측을 소개하기도 했다.

류장용 칭화대 현대국제관계연구소 부학장은 "도쿄와 서울이 현재의 기회를 포착해 협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이 한국, 일본과 3각 동맹을 맺었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 "그들(일본과 한국)은 한 쌍의 이상한 동거인에 가깝다. 압박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한 침대에서 자고 있지만 구조적 모순이 있기 때문에 결코 진정성 있게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 외에도 중국 중앙TV(CCTV)도 7일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한국 민중은 일본에 역사를 바로 볼 것을 호소하며 군사동맹에 반대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날 열린 일부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한일 정상회담 규탄 집회를 소개했다.

CCTV는 방송에서 정의기억연대·민족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한일 역사 정의평화 행동'이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참가자들이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사죄를 촉구하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문제를 비난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불법 식민 지배 사죄', '한일 군사동맹 반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폐기'라는 피켓을 든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도 함께 방송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일 간의 역사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한일 관계를 억지로 가깝게 해 한미일 군사동맹을 만들려고 한다"라거나 "한일관계가 군사동맹이 된다면 한반도에서 남북한의 대립이 더 격화될 것"이라는 집회 참가자들의 인터뷰도 방송했다.

[관련기사]
후쿠시마에 달린 '윤석열 외교'
대통령실 "기시다 달라졌다" … 오염수, 제2의 '광우병 파동' 우려도
야당 "오염수 방출 반대 관철 못해"
한미일 삼각동맹 원하는 미 "환영"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