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해충돌', 민주당 '도덕성'에 주안점

징계논의 절차 공방 길어지면 '물타기' 인식 우려

당 자체 징계조치 요구·강성지지층 '수박' 공세도

더불어민주당이 17일 김남국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에 제소하면서 특위에서 결정될 징계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의당 등이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엄중한 징계'를 요청한 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당 안에서는 윤리특위 징계논의와는 별개로 당 차원의 자체 징계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김 의원을 옹호하는 강성지지층의 반발 또한 세지고 있다.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계파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이른바 김남국 코인 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민주당의 출구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윤리특위 개최 | 17일 국회 윤리특위에서 변재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김남국 의원에 대한 윤리특위 제소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민주당은 17일 거액의 가상자산 거래 및 보유 논란이 불거져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민주당이 요구한 징계안에는 국회법 및 국회의원 윤리 강령과 국회의원 윤리실천 규범에 따른 품위 유지의 의무, 직무 성실 의무, 청렴 의무 위반이다. 국민의힘이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위반 조항에 초점을 맞춘 반면 민주당은 도덕성·성실성 등에 주안점을 뒀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1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상임위 시간에 코인 거래를 한 건 김 의원이 인정했다. 의원이 공직자 윤리 규범을 준수해야 하는 데 이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 윤리특위제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대변인은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고 조사에 한계가 있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지체하지 않고 제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제소하기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리위 제소와 함께 민주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윤리감찰단은 활동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단 팀장인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은 취재진에 "(진상조사단 활동은) 사실상 종료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윤리감찰단과 관련해서도 "윤리감찰단은 상임위 중 코인 거래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데, 본인이 인정했고 그 건을 윤리특위에 제소하는 것이어서 윤리감찰단도 더 이상 다른 업무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쇄신의총 장에서 다수의 의원들이 윤리특위 제소를 요구했음에도 '선조사 후제소' 카드를 선택했던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적잖이 훼손됐다는 평가다. 김 의원의 협조를 통한 논란 해소에는 실패하고 초기대응 조치 기회를 놓치면서 이 대표 측근 감싸기라는 인식만 키웠기 때문이다. 윤리특위 징계절차를 놓고 여야 공방이 불가피한 가운데 민주당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야 협의 과정에서 민주당의 주장이 자칫 징계수위 낮추기나 물타기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7일 열린 윤리특위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윤리특위 산하 윤리심사자문위원회 회부 절차를 생략한 채 곧바로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맞섰다. 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숙려기간을 지나 자문위로 넘어가면 최장 80일까지 소요돼 (징계 절차가) 지연된다"며 "국민들이 공분하고 계신 만큼 여야 간사 합의로 자문위를 생략하고, 본회의에 바로 김 의원 제명안을 올리자"고 제안했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어느 한 사람이 잘못했다고 해서 그것을 단죄해 마녀사냥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시급하다고 절차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반대했다. 민주당 소속 변재일 윤리특위 위원장은 "자문위 의견 청취는 임의조항이 아닌 의무 조항"이라며 "국회법상 자문위 의견을 듣는 건 생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문결과를 가급적 빨리 송부해달라는 의견을 첨부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윤리특위에 제소된 39건의 징계안에 대한 처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 관련 안건을 우선 처리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민주당은 소극적이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제소된 징계안 가운데 상당수는 여야의 정치 공세의 성격이 강한 사안들"이라며 "39건을 우선순위와 경중으로 구분해 합의 처리하는게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그는 "태영호 의원의 4.3 발언·김남국 의원 건 등은 자문위 검토를 거쳐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징계결정까지 최장 80일의 기간을 보장하는데, 여야 합의 등에 필요한 숙려기간(20일)을 생략하고 자문위의 검토를 신속하게 진행하면 징계결정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국회 윤리특위 제소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건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대응이 더디다는 비판여론이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징계절차·징계수위 등 남은 결정에 따른 여론의 반향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내재돼 있던 친명·비명계 갈등상이 불거지는 점이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탈당한 김 의원에 대해 '징계 회피 목적의 탈당'이라며 복당을 제한하는 당 차원의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대로 강성지지층 일부는 김 의원을 옹호하며 당내 비명계 인사들에게 '수박 공세'를 펴고 있다. 김 의원에 대한 징계수위를 놓고도 내부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릴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