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금출처 본격 수사익명성 보장 사실상 깨져

"거래 두려워할 수 있어"

거액의 코인 보유로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에 가상자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코인 거래내역과 자금출처에 대한 수사로, 법정통화와 달리 탈중앙화와 익명성 보장이라는 가상자산의 특징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코인거래소 대표를 지낸 A씨는 "가상자산이라고 하면 비공개적이고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투자자들이 김남국 사태로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으니 몸을 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거래를 두려워해서 코인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금융감독당국의 감독·검사 이외에 별도의 감시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코인 시장에 검찰의 자금 추적이 시작됐다.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서도 검찰이 해당 코인의 증권성을 인정,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예정이어서 그동안 불공정거래행위 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코인에 대해서도 법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검찰은 김 의원의 코인 거래 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코인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전자지갑 업체인 카카오의 계열사인 '클립'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빗썸 전자지갑에서 보유하고 있던 위믹스 코인 80여만개(60억원 가량)를 업비트로 보냈고, 업비트는 당시 의심거래로 판단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김 의원은 위믹스 코인 대부분을 업비트에서 다시 클립으로 옮겼다. 빗썸이 개인 지갑에 대한 출금을 전면 금지하면서 개인 지갑으로 코인을 이전하기 위한 통로로 업비트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은 빗썸 지갑에 있던 코인 80여만개를 어떻게 보유하게 됐는지에 쏠려있다. 김 의원은 LG디스플레이 주식 매각 대금을 포함해 1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예금잔고가 10억원 증가했고 얼마 뒤 보유하고 있던 위믹스 코인 시세도 8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 보유 코인 규모가 110억원에 달한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김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진상조사단에 코인을 '에어드랍' 방식으로 무상지급 받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게임업체 로비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에어드랍은 코인거래소나 발행사가 홍보 등의 목적으로 이용자에게 일정량의 코인을 무상으로 증정하는 방식이다.

검찰 수사는 위믹스 코인을 대량 보유할 수 있었던 자금 출처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이지만 출처를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코인거래소들은 전자지갑에 대한 고객신원확인(KYC)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KYC를 수행하지 않는 전자지갑 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메타마스크 등 KYC가 안된 개인 지갑에서 코인을 받게 되면 더 이상 추적이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트래블룰 시행으로 국내 사업자들 간의 코인의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트래블룰은 코인 이전 시 송·수신인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트래블룰을 도입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에 불과해 트래블룰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로 코인을 보내도 사실상 추적을 하기 어렵다.

코인업계의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개인 지갑에서 코인을 전달하는 방식 이외에 아예 개인 지갑의 비밀번호를 알려줘서 지갑 자체를 통으로 넘기는 경우도 있다"며 "이럴 경우 전달자를 특정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만큼 전자지갑 사업자 전체에 고객신원확인 의무가 강화될지 여부가 향후 업계의 주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인거래 전체를 투명화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러한 방식이 오히려 거래를 음지로 숨어들게 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에서 아무리 기준을 강화해도 해외로 보낸 코인의 추적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자금 자체가 해외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KYC 의무가 없는 개인지갑을 이용할 경우 자금 출처와 거래를 숨길 수는 있지만 출금 과정에서는 국내 은행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서 자금이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해외의 타인 명의 지갑으로 코인을 보내서 몇 번의 자금세탁을 거치면 '꼬리표'가 사라진다.

코인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시장을 오픈하고 투명하게 만들어서 투자자들을 양지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국내 상황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김남국 사태가 코인업계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거래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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