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의당 "경기 침체 선제대응 … 당장 논의하자"

"40조~50조원 세수 부족, 대규모 세입경정도 필요"

홍성국 "당장 특단대책 못세우면 가을에 어려운 국면"

대통령실 "경제상황 보면서 거시정책 펴 나가겠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당 쪽에서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부족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세입경정에도 추가예산이 필요하지만 경기침체에 따라 더 어려워질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민생 예산'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표 추경 논의 공식 제안 |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추경 논의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31일 민주당 경제대변인 홍성국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 경제는 조금 있으면 장마가 시작되는데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젖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어떤 특단의 대책을 지금 하지 못하면 올 가을과 겨울부터 우리나라의 서민들은 더 어려운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경제와 정책은 6개월이나 7~8개월 전에 정책을 만들어야만 6개월 이상 시간이 지난 다음에 효과가 나온다"고도 했다. 당장 추경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구조적인 경기침체 진입 = 홍 의원은 "현재의 경기 침체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소득 하위 20%는 소득의 23%를 주거비, 수도비, 광열비에 쓰고 전체가구의 62.3%가 적자를 보고 있다"며 "우리나라 국민의 40%인 소득 하위 1분위, 2분위는 매우 어렵다. 수도, 광열비가 늘어나면서 음식료, 보건비용을 줄이는 등 기초적인 삶이 굉장히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보복소비나 신차구입 등이 소비는 소득상위 20%인 5분위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괜찮은 것처럼 착시현상으로 나타난다"고도 했다. 민간소비 개선효과가 양극화에 의해 나타난 것으로 오판의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취약 계층을 위한 에너지 추경을 편성하는 것을 비롯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당장 동원해야 한다"며 "전기요금이 1년간 40% 가까이 올랐는데 올해는 역대급 폭염이 예고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 추경을 논의하자"고 했다. 민주당은 연초에도 "전 국민 80%를 대상으로 7조2000억원 규모의 '에너지 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며 "30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취약계층 무너진다 =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무엇보다도 지금 국민의 삶을 살필 수 있는 추경 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추경 논의는 지금 우리 국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첫 번째 국회가 해야 할 논의 사항"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에 비해서 올해 1분기와 5분기 사이에 소득 격차가 더 많이 벌어졌고 물가 상승에 따라서 실제 필수 비용 지출 내용도 상당히 낮아졌다"며 "이럴 때일수록 국민을 위한 정치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추경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은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최소 3조원 이상 추경 편성하자"며 "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을 위해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삭감했던 공공매입임대 예산 3조원의 추경을 조속히 편성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라"며 "근저당권 등으로 보증금 반환이 아예 불가능한 피해자들을 위해 재난지원금 실행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홍 의원은 "전세사기 사건은 서막에 불과하고 시간이 지나면 한계 차주들도 엄청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침체 국면에서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하는 등 쓸 곳이 많다"고 했다.

◆불가피한 세입경정 = 또다른 문제는 세수부족이다. 민주당 원내 부대표인 이용우 의원은 "현재 세수 진도율을 보면 올해 말까지 작년 세입 예산보다 약 40조에서 50조가 부족하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3월까지 지난해 동 기간에 비해 덜 걷힌 세입 24조원, 만약 세입을 낙관적으로 예측해서 앞으로 9개월간 지난해와 같은 세수인 284조 4000억원이 들어온다고 가정하더라도 예상 세입은 371조 9000억원에 머물러 2023년 세입예산 400조 5000억원에서 28조 6000억원의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엄청난 세수 펑크의 원인은 정부의 세수추계 오류 때문"이라며 "예상됐던 위기인 만큼 피해 갈 수 있었지만 정부는 거꾸로 대기업, 초부자 감세를 밀어붙여 세수 부족에 기름을 부었다"고 했다. "결국 세수 부족은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의 아집이 만들어낸 '인재'"라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24일 운영위 현안질의에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여러 가지 거시경제 상황을 걱정하셔서 추경에 대한 말씀을 해 주시는 것은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며 "경기 상황을 보면서 거시 정책을 펴 나가겠다는 게 현재의 입장"이라고 했다. "대외 여건이 나쁜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측면에 있어서 재정 역할은 중요하다"며 "거시경제 상황을 무시하고 그냥 긴축재정을 하고 있다, 서민들의 어려움을 무시하고 긴축재정을 갖다 고집하고 있다라는 논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를 놓고 민주당은 대통령실에서도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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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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