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법인세 15조8천억 줄어 … 소득세 8조9천억, 부가세 3조8천억 감소

국세수입이 지난해 편성한 예산에 크게 못 미치는 세수결손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발언하는 추경호 부총리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4월 국세수입 현황'을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국세수입은 134조원이다. 전년동기보다 33조9000억원이 덜 걷혔다. 올해 국세수입 예산(400조5000억원)과 비교해 실제 걷힌 국세 비율인 진도율은 33.5%다. 지난해(42.4%)와 비교하면 8.9%p가 낮다. 최근 5년 평균치(37.8%)보다도 4.3%p가 낮은 수준이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진도율이다.

◆최소 20조원대 결손 불가피 = 하반기에 경기가 풀려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히더라도 올해 적어도 20조원대 세수결손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하반기에도 현 세수추세가 유지된다면 세수결손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서는 초유의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세목별 감소 폭은 법인세가 가장 컸다. 법인세는 35조6000억원 걷혀 지난해 대비 15조8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경기둔화와 수출부진에 따른 기업 영업이익 감소에 중소기업 중간예납 세정지원 기저효과까지 더해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소득세는 35조7000억원이 걷혔다. 부동산 거래감소와 코로나19 위기 대응 관련 자영업자 종합소득세 중간예납 세정지원 기저효과 등에 따라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중심으로 8조9000억원이 줄었다. 부가가치세는 환급 증가와 2021년 하반기 세정지원에 따른 세수이연 기저효과로 3조8000억원이 덜 들어왔다. 4월까지 35조9000억원 걷혔다. 교통세도 유류세 한시인하 등에 따라 7000억원 감소한 3조5000억원만 걷혔다.

◆가속도 붙은 세수결손 규모 = 기재부는 "코로나 세정지원 등에 따른 기저효과 10조1000억원을 제외하면 4월까지 실질적인 세수 감소는 23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세수감소 추세가 오히려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란 점이다.

기재부가 강조하는 '실질적인 세수 감소'는 지난 1월 1조5000억원에서 2월 5조5000억원, 3월 7조4000억원, 지난달에는 23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기재부는 올해 세입 예산으로 전망했던 105조원 규모의 법인세 결손은 일찌감치 인정하고 나섰다. 다만 '하반기 경기회복'을 전제로 소득세와 부가세 세수 개선을 기대하는 형편이다.

한편 기재부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까지 세수 결손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빨간불이 켜지자 올해 세수 재추계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다만 8월까지는 지출 구조조정과 기금 활용 등으로 세수결손을 영향을 최소화하고 9월 이후 추경 필요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추경, 9월 이후에나 검토" = 추경호 부총리는 전날 세종정부청사 기재부 기자실을 방문해 "법인세, 자산과 관련된 양도소득세가 당초 예상보다 두드러지게 덜 걷혔다"며 "앞으로 일정 기간 내 세수 상황은 지금보다 조금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 실적과 부동산거래·주식시장 회복이 기대에 못 미쳐 세수결손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 재원 등을 활용해 (세수 부족에) 대응할 여러 방안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빚을 더 내지 않고 국회를 통과한 예산을 원활히 집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오는 8월이나 늦어도 9월 초에는 공식적인 세수 재추계 결과를 국민께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지난 24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의원들이 여러 가지 거시경제 상황을 걱정해 추경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경제수석의 발언은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원론적 취지의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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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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