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예고한 발사체 발사에

서울시 실제 경계경보 발령

행안부 "오발령 진위파악 중"

31일 오전 6시 41분. 서울시 전역에 요란한 사이렌소리와 함께 '위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서울특별시]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곳곳에서 "실제상황입니다. 대피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민방위 스피커를 통해 반복해 울려 퍼졌다.

31일 오전 북한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 서울시가 발령한 경계경보 문자와, 이 경보가 오발령됐음을 알리는 행안부 재난문자. 이후 서울시는 경계경보 해제 문자를 다시 발송했다. 긴급문자 캡쳐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머리 속에는 '전쟁'을 떠올렸다. 아파트에서 뛰쳐나와 상황을 살피는 시민들도 있었고, 차에서 내려 주변을 살피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한 시민은 "1983년 2월 이웅평 북한군 대위가 전투기를 몰고 귀순했던 상황이 떠올랐다"며 "최근 긴장상황을 고려하면 무슨 일이 벌어졌구나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상황은 20여분이 지나 뒤집혔다. 7시 3분 다시 사이렌소리와 함께 행정안전부가 발송한 위급재난문자에는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상황을 두고 행안부는 '서울시의 과잉대응'이라고 발을 뺐고, 서울시는 '정상 대응'이라고 항변했다. 행안부는 서울시 경계경보 오발령이 행안부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서울시의 과잉대응으로 인한 오발령"이라며 "경계발령 경위에 대해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행안부 지령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오전 6시 30분 행안부 중앙통제소가 발신한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 안내가 있었고, 이에 따라 경계경보를 발령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을 경우 우선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상황이 확인된 후 해제하는 것이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당연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북한 우주발사체로 공습경보…백령도 주민들 대피소 이동 |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가 31일 남쪽으로 발사된 뒤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공습경보가 내려지자 섬 주민들이 급히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인천 연합뉴스


서울시는 오전 7시 26분에 서울시 전지역에 경계경보가 해제되었다는 문자도 발송했다. 문자는 경계경보 발령 때 사용했던 '위급재난문자'가 아니라 일상 재난상황에서 발송하는 '안전안내문자'로 발송됐다. 문자에는 '[서울특별시]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편 이날 상황은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로 인한 소동이었다.

앞서 북한은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일본과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했다. 5월 30일 오후 3시부터 6월 10일 오후 3시까지 위성용 로켓을 발사한다는 내용과 발사체 낙하물이 떨어질 장소 3곳의 좌표가 포함된 통보였다.

실제 북한은 31일 오전 발사체를 발사했고, 행안부는 경로에 포함된 인천 옹진군 백령 지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발령 시간은 오전 6시 29분이다. 백령도 주민 홍 모씨는 "경보발령이 내려진 시간에는 이미 발사체가 지나간 뒤였고, 주민들은 큰 동요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북 군사정찰위성 '천리마1형' 서해 추락
북 발사체에 미·일 "규탄" "항의"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