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등 연구·시민단체 ‘무책임 총선공약’ 좌담회

총선 기점 부자감세 강화 … 포퓰리즘에 재정 악화

부자감세, 불평등 심화로 이어지고 사회갈등 더 키워

4·10 총선을 기점으로 정부의 부자감세정책이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포퓰리즘 공약으로 건전재정 기조 역시 허물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나라살림연구소 등 연구·시민단체들은 28일 ‘무책임 조세·재정 총선공약, 국가재정 무너진다’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이같이 분석했다.

◆“증세 논의해도 부족할 판에” = 첫 발언자로 나선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정부의 조세·재정 정책을 ‘부자 감세와 정부 역할 축소’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국가의 부재 상태라고 했다. 나 교수는 “국가가 경제적인 역할을 충분히 하기 위해서는 담세 능력이 있는 경제적 상위 계층에 부담을 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국가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정치가 바로 국가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총선이 증세 정치로 전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복지 비용 확대, 기후위기 대응, 산업 구조 변동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개인에게 떠맡기지 않고 사회화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본격적인 증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증세 정치로의 전환을 위한 시민사회의 힘을 모을 때가 됐다”며 “이번 총선은 복지국가 발전의 기반을 재건하는 역사적 사명을 띤 제2기 촛불 정부로 향하는 여정이 한 부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골적 초부자감세정책 일관 =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권초 부자감세를 지향하던 윤석열정부가 최근에는 노골적인 초부자감세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발제문에서 윤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율 상향, 임시투자세액공제 재도입 등 대기업 감세를 강행한 점을 짚었다. 실제 정부는 임투세 연장과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최대 35%의 세액공제를 추진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방안으로는 자사주 소각 기업에 대한 법인세와 배당소득세 인하안을 내놨다. 윤 대통령이 직접 상속세 폐지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강병구 인하대 교수, 성효용 성신여대 교수와 함께 진행한 실증분석에 따르면, 법인세 실효세율 인하가 투자를 유인하는 효과는 미미하고, 확대된 투자도 고용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소득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50조원대 ‘세수 펑크’를 상기시키며 “올해부터 감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부자감세가 결국 불평등 심화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대규모 재정 소요가 불가피한 인구위기,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등에 직면한 상황에서 재벌 부자 감세를 실시한다면 복합적 위기 대응을 위한 복지 정책의 확대를 제약해 미래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지출 줄여 내수부진 악화 = 유호림 강남대 교수는 “올해 초 집계된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전년 대비 56조4000억원이 감소했고, 향후 윤석열정부 기간 총 세수 감소 규모를 누적법으로 추정하면 105조8000억원에 이르며 재정파탄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의 경기침체도 정부의 재정정책 실패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4%로, 일본의 1.7%에도 못 미쳤다. 일본에 경제성장률을 역전당한 건 12·12군사쿠데타 직후인 1980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세 번째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특별한 경제위기가 오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낮은 건 민간소비와 정부지출의 합인 내수가 부진했던 때문”이라며 “지난해 정부 지출은 불과 1.3% 증가해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낮은 정부지출이 내수 악화의 진원지가 됐다”며 “정부가 지출을 줄여 내수가 나빠지고, 세수입이 줄어들고, 재정건전성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 고리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경제침체를 ‘정부 재정 위기“로 규정했다.

정세은 교수는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을 24%에서 28%로 상향하고, 현재 2025년까지 설정된 투자상생협력세제의 일몰기간을 폐지하고, 부과 대상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상속세 공제 금액을 낮추는 한편,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종합부동산세 감면 대상 축소 등 부동산 세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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