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코 주위의 얼굴 뼈 속에는 공기로 채워진 빈 공간인 ‘부비동(paranasal sinus)’이 있다. 부비동은 호흡하고 냄새를 맡거나 체온 조절을 해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 공간에서는 공기 환기가 이뤄지고 콧속 분비물이 배출된다.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되면 인체에서는 염증반응이 발생하는데 부비동에서 반복되는 노출은 염증반응을 일으켜 부비동 바닥의 뼈가 움푹 파이는 흔적을 남긴다.

영국 고고학자들은 유적지에서 발굴된 두개골에서 부비동 바닥을 현대 의료기기로 검사해 부비동염을 앓고 있었는지 여부를 검사한 바 있다. 그 결과 거주했던 공간의 환기 정도는 부비동염 발생률과 관련이 있었다.

인류가 실내에 거주하게 되면서 부비동염의 흔적을 보이는 두개골의 빈도가 증가했다. 중세시대에 굴뚝이 등장한 이후부터 환기 문제가 부분적으로 해결되면서 이 빈도가 감소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영향은 기원전 27세기인 청동기시대까지도 거슬러 올라간다. 학술적으로 잘 기술된 대기오염사건은 1952년 12월에 단기간 동안 약 40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런던 스모그 사건이 대표적이다.

미세먼지, 우리 온몸에 나쁜 영향

우리나라에서도 1970~1980년대 대도시 주요한 환경문제는 대기오염 문제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됐던 연도에 측정됐던 연평균 총부유분진(total suspended particle, TSP)을 현재 사용되고 있는 미세먼지(PM10) 농도로 환산하면 100㎍/㎥를 초과하는 수치였다. 지금 기준으로도 매우 높은 미세먼지 농도 수준이다. 이러한 노출 수준에서 올림픽이 진행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를 북미 유럽 일본과 비교해 보면 이들 국가들은 우리나라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의 약 50~70% 수준이다. 이들 국가들은 편서풍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바람이 불어오는 국가의 서쪽 지역이 대서양 또는 태평양과 인접하고 있어 타 국가들의 영향을 덜 받고 있는 지리학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과거 대형 스모그와 같은 사건을 겪으면서 대기환경 관련 법령들을 빠르게 제정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외 미세먼지 배출량의 영향이 적은 편이다. 1년 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여름의 미세먼지 농도는 앞에서 언급한 국가들보다 약 5㎍/㎥정도 높다. 이는 국외 요인 외에도 국내 요인 중에 미세먼지 배출량을 감축해야 하는 분야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감축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함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건강측정 및 평가연구소에서 발표한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모든 원인 중에서 고혈압 흡연 식이위험에 이어 4번째를 차지한다. 10번째인 음주보다도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공중보건학적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대기오염을 줄임으로써 뇌졸중, 심장질환, 폐암, 천식을 포함한 만성 및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일한 건강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온 미세먼지는 활성산소를 증가시키고 산화스트레스로 인한 염증반응을 일으켜 심혈관과 호흡기 건강에 많은 영향을 준다.

미세혈관 내 염증반응은 혈액 내 응고인가 수준을 증가시켜 혈관 내벽이 두꺼워지는 동맥경화증 발병을 가속화할 수 있다. 몸 안에 침착된 미세먼지는 신경말단과 상호 작용해 기도가 좁아지게 하는 천식이나 심장 리듬의 변화을 일으키는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온몸에 나타날 수 있다. 미세먼지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인자이고 내분비계에도 영향을 줘 제2형 당뇨병 발생의 위험인자로 밝혀지고 있다. 태아 성장과 발달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기대수명 늘리려면 대기오염 줄여야

건강측정 및 평가 연구소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의 16%, 제2형 당뇨로 인한 사망의 20%, 신생아 사망의 6%가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최근 미세먼지 노출 농도 수준을 WHO 권고기준까지 개선하면 국민의 기대수명이 약 0.65년 증가하는 것으로 제시된다. 국민들이 미세먼지 노출로 건강피해를 체감하는 것보다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기오염은 아주 오래된 역사시기부터 인류를 괴롭혀왔다. 특히 미세먼지는 우리가 태아였던 시절부터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주기 시작해 사망하는 순간까지 건강피해를 준다. 피해를 줄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기대수명 증가라는 보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김종헌 성균관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