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국채 발행

시장변동성 더 커져

미국 국채 경매가 연이어 약세를 보이면서 시장이 쏟아져 들어오는 국채를 흡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보고서로 촉발된 매도세는 지난주 390억달러 규모의 미국채 10년물 매각에 대한 수요 부진으로 더욱 심해졌다. 명목 100달러당 95.59달러로 할인발행됐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20%p 가까이 상승하며 2022년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미국채 30년물 경매(명목 100달러당 93.249달러로 할인발행)에도 미지근한 관심을 보였다.

투자자들이 주저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데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앞으로 최소 수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모기지부터 기업대출까지 모든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해 10월 5%를 기록한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한 4.5%로 한 주를 마감했다.

미정부는 다음달 386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추가로 매각할 예정이다. 월가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국채발행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넘쳐나는 국채가 금융시장의 다른 부분을 흔들고 정부 차입비용을 높이며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시에라뮤추얼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제임스 세인트 오빈은 “시장 내러티브에 큰 변화가 있었다. CPI(소비자물가지수) 보고서는 연준 정책방향에 대한 모든 사람의 관점을 바꿨다”고 말했다.

미정부는 정기적인 경매를 통해 투자자와 딜러에게 국채를 판매해 운영자금을 조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미국채 발행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4년 1분기 미정부는 7조2000억달러의 채권을 매각했다. 이는 분기별 총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코로나19 부양책을 위해 조달자금을 늘리던 2020년 2분기 기록을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해 말 국채경매의 수요 부진으로 불안감이 커지자 미 재무부는 주로 단기국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달랬다. 동시에 연준도 통화정책 완화 전환을 시사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곧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투자자들은 국채과잉 상황을 버텼다.

하지만 그같은 희망은 줄어들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달 말 3분기 차입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미국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6%에서 6.1%로 증가할 전망이다.

시장에 유통중인 미국채는 10년 전 13조달러에서 현재 28조달러로 늘었고, 10년 뒤엔 48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로크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채는 유통국채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8조9000억달러다.

관건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지적이다. 물가가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간다면 국채수익률이 5% 아래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한다면 신규 국채의 유입이 국채시장 변동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시에라의 세인트 오빈은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세를 보인다면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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