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에 발표된 ‘도시공간·거주·품격 3대 혁신방안’은 뉴빌리지(공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거주), 문화예술로 도시품격 제고(품격)를 다루었다. 먼저 ‘뉴빌리지’ 사업은 마치 2020년대 버전의 새마을 운동이 제시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 1970년대의 지역사회 개발운동인 새마을 운동(New Village Movement)과 이름부터 비슷하다.

종전과 달리 뉴빌리지에서는 노후 주거지의 개선방법으로 재개발 재건축이 배제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노후지역의 생활인프라 구축에 더욱 비중을 둔다. 전반적인 내용은 기존의 도시재생사업에서 지적된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앵커시설이나 마중물사업 등의 이름으로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막상 주민들은 체감되는 것이 없다면서 차라리 진입로 등 도로를 넓혀달라거나 재개발을 허용해달라는 의견이 나왔던 지역 등의 사례를 보면 분명 변화가 필요하다. 마을꾸미기 벽화사업 등에 대한 지적도 유사한 맥락이다. 기반시설과 편의시설 설치를 국비지원하고, 공모사업시 기계식주차장 설치에 가점을 주는 식으로 사업대상지의 생활인프라 구축을 유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모든 노후지역을 (정비사업을 거쳐) 아파트로 치환할 수는 없으니 노후도심의 주거환경개선에 필요한 방향이다.

이런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수정을 통해 어둡거나 좁은 골목 등 기존 노후지역이 이전보다 살기 좋아진다면 소소하더라도 지역가치에 반영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도시재생이 성과를 거두는 동시에 부동산가격이 오르면 안된다는 정책목표는 비현실적이다.

중요한 것은 관객 유인하는 콘텐츠

문화예술로 도시 수준을 높인다는 것은 한때 세계적인 붐이었던 창조도시론의 실무적인 접근방식과 동일하다. 이는 결국 국민소득과 생활수준 향상에 맞춰 문화라는 수단으로 도시품격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보면 충분하다. 다만 문화예술을 도시재생과 경쟁력의 방안으로 활용하려면 건축물같은 하드웨어만큼 문화콘텐츠도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람이 들어차도록 관객을 유인하는 콘텐츠다. 한때 지자체마다 앞다퉈 문예회관이나 공연장을 건립하면서 규모(좌석수)와 시설(퀄리티)로 차별화하려던 경우가 있었지만 무작정 크게 시설을 만드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가령 소극장 공연에서 전체 관객수가 적더라도 공연에 집중할 수 있고 공간의 열기가 달아오르는 것은 사람이 그 공간을 채웠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의 지방도시에서 구도심이나 어딘가의 외진 건물들을 문화시설로 멋지게 꾸미더라도 지역상권이 되살아나거나 방문객이 급증한다는 보장은 없다. 때론 상권에 밀려 문화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이기도 민망한 상황도 벌어진다.

그간 국내에서 공공주도로 실행되었던 하드웨어 구축방식의 도시재생사업 상당수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되었다. 유사한 성공사례들의 핵심은 도시 역량 및 수요의 뒷받침과 더불어 문화상품의 생산과 전시, 유통에 걸친 클러스터 형성과도 연계되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소성을 충분히 보존했다는 점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댠기성과에 치중하면 지속적 성과 어려워

이런 정성적 요인을 간과하고 단기성과를 목적으로 외형적 창출에 집중한다면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단기에 많은 자금을 쏟아부어 물리적 시설을 갖추는 것과 ‘시간과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사안임을 유의해야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