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축소로 연초 가동률 한자릿수로 '뚝'

무게 60% 절감, 탄소섬유로 감아 안전성 높여

"특정업체 아닌 수소경제 생태계 전체를 봐야"

전북 완주군 봉동산업단지에 있는 일진복합소재를 찾은 6일은 미세먼지가 극심했다. 환경문제를 걱정할 때 친환경 재생에너지 핵심부품 기업을 찾았다.

일진복합소재는 1999년 한국복합재료연구소로 시작했다. 연구소로 출범해 고압가스탱크 전문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10년전부터 수소차용 연료탱크 국산화 개발에 나섰다. 일진그룹 계열사다.

김기현 일진복합소재 대표가 투싼IX에 장착한 수소연료탱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일진복합소재 제공


"정부는 세계적으로 우리가 앞서 있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해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지원)정책을 펴야 합니다."

세계 최초로 복합소재 수소연료탱크를 만들고 있는 일진복합소재 김기현 대표는 이같이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다"며 "수소차는 움직이는 공기청정기여서 대중화되면 미세먼지 문제도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차는 초미세먼지 99.9% 이상을 제거한다. 수소차 넥쏘 10만대가 2시간 운행시 845만명에게 1시간 동안 청정 공기를 공급하는 효과를 낸다.

김 대표는 누구보다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다. 하지만 올초 경영적으로 힘든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세계 최초 복합소재 수소연료탱크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도 가동률이 한자릿수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수소차를 2000대 생산하기로 했다. 일진복합소재도 연구개발 투자와 생산라인을 증설하며 이에 대비했다. 하지만 '수소차 정책은 현대차를 지원하는 것'이라는 논리 등에 막혀 보조금이 대폭 축소됐다. 연초 수소차 정부보조금 대상이 246대에 불과했다.

김 대표는 "2015년 수소연료탱크를 양산하기로 결정하고 투자를 늘렸다"며 "하반기 추경에서 추가로 수소차 500대 정도를 늘려 최악은 면했지만 정부가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장책을 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 가운데 세계최초는 복합소재 수소연료탱크 뿐일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시작해 놓고 머뭇거리다 양산단계에서 일본 등에 뒤쳐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대표는 "정부 연구개발과제로 수소차 부품개발을 해왔다"며 "몇년만이라도 정부가 힘있게 밀어부쳐달라"고 주문했다.

먼데서 신성장 동력산업을 찾을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앞서 있는 수소경제를 적극 밀어야 한다는 얘기다. 수소차 후발주자였던 일본이 내년에 3만대 생산에 나서며 규모면에서 우리와 격차를 벌린다.

김 대표는 "수소차 세계 표준에도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이런 때 일본에게 선수를 뺏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진복합소재가 개발한 수소연료탱크는 고강도 플라스틱 복합소재에 탄소섬유를 감아 만들었다. 기존 철제 수소탱크와 비교해 무게는 60% 이상 가볍고 강도는 10배 이상 강하다.

금속용기는 수소 충전과 방전을 거듭할수록 피로해지면서 균열 문제가 발생한다.

탄소섬유 실을 감아 강도와 안정성을 높여 고압에서도 잘 견디고 큰 충격을 받더라도 터지지 않고 '피식'하는 소리와 함께 수소가스가 새어나오도록 만들었다.

윤영길 일진복합소재 상무는 "탄소섬유를 감은 수소연료탱크는 금속용기보다 훨씬 내구성이 뛰어나다"며 "자체적으로 10만번 이상 충ㆍ방전 테스트를 해도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전성도 경쟁제품보다 앞선다. 화재가 났을 경우 화재진압시간을 버티는 것이 중요한데 경쟁제품보다 압도적으로 오랫동안 안정적이다.

연구소에서 출발한 기업이다보니 어느 곳보다 공인된 시험장비와 시설을 많이 갖추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파열·내압 등 갖가지 안전성 시험 13개를 자체적으로 소화할 정도다.

김 대표는 "압축천연가스(CNG)버스 연료탱크를 아직도 금속용기로 사용하고 있는데 얼마전 폭발사고가 났다"며 "이는 금속 피로현상 때문인데 복합소재 용기를 사용할 경우 이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NG버스 연료탱크를 복합소재 용기로 바꾼다면 수입대체와 안전성 증대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회사는 충전소와 수소운반차량 탱크를 복합소재로 대체하기 위한 제품개발에 나섰다.

김 대표는 "수소차도 전기차의 일종이지만 중장거리 이동시나 상용차, 하중이 많은 경우는 수소차가 장점"이라며 "전기차는 단거리와 승용차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진 수소연료탱크는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에 장착되고 있다.

한국수소산업협회 관계자는 "수소경제는 정부보조금과 규제완화에 달려있다"며 "충전소 규제를 완화해 주유소처럼 셀프충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진남 경일대 신재생에너지학부 교수는 "수소경제는 단기간 성과를 보기 어렵다"며 "탄소배출량 저감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목표로 꾸준하게 투자와 노력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수소경제가 육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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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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