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릴 때 봤지만 잘 자랐어”

수사관 검사 판사, 피의자에 공감

n번방 등 집단 성착취 영상거래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성착취’ 개념을 아예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31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텔레그램 n번방 디지털 성범죄 대책 현황과 개선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카메라 촬영물과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라는 용어와 정의에 디지털 성착취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며 “포르노그래피 등 이미지에 기반한 학대의 개념은 국제사회에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아동·청소년 성착취 음란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역시 법에 성착취 개념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을 소지한 자들에 대한 기소유예가 많고 어렵게 기소한 경우에도 벌금 집행유예 선고유예가 대부분”이라며 “이렇게 관대한 처벌이 계속되는 건 ‘잘못된 연대의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도 어릴 때 이런 것 좀 봤지만 잘 자랐어’라며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 검사 판사들이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 피고인에게 공감한다”며 “피의자, 피고인의 창창한 앞날을 염려하기 전에 착취당한 피해자들의 파괴된 일상을 염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나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여성긴급전화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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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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