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을텐데 최근 몇 년 광복회 현실은 축하보다 책임감이 더 크지 않은가?

당선은 됐는데…. 1년 새 다섯번이나 회장이 바뀌었다. 회원들은 누가 나오면 또 고소하고, 선거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늙은 나를 내세운 것 같다. 권위로 막으라는 뜻인 모양이다. 이번에 나온 다른 후보들 중에 누구는 나를 아버지라 부르고 또 보스, 선배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내가 고개 내미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광복회 사정으로 보면 몸사릴 때가 아닌 것 같아 나서게 됐다.

■무엇부터 시작할 생각인가?

태산같이 할 일이 많다. 재정 자체가 어디서 어떻게 펑크가 났는지도 모른다. 보통 문란한 것이 아니다.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새로운 기구가 필요하면 신설도 하겠지만 가급적 긴축운영할 계획이다. 그래서 내 임기가 원래 6월 1일부터인데 담당하는 직원에게 얘기해 최대한 빨리 내가 모든 걸 파악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지금은 비상시기다. 몇 달 동안 비상체제로 운영할 생각이다.

■전임 회장 시절 정치적 편향 논란이 컸다.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것을 많이 했다. 사업도 불필요한 것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말이나 뜬소문만 갖고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 일단 사실관계에 대한 점검부터 할 생각이다.

■내부적으로 회원들간 불신과 반복도 빨리 추슬러야 할텐데

회원들 간 불신이나 반목도 많이 생긴 것 같다. 국가예산에서 지원되는 것보다 더 많이 지급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선거 때 내가 선언했다. 회장부터 무보수 명예직이다. 또 국장들 상당수는 광복회 회원이다. 일반직들과 달리 회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이 기본이므로 기본 활동비만 받도록 할 생각이다. 간부들부터 긴축하면서 허리띠 졸라매야 한다. 다만 기존에 받던 사람들로부터 뺏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새롭게 기용할 때 광복회원들은 기본 활동비만 받고 활동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이번 선거에서 조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의 절명시를 강조했다고 하던데 의미가 있나?

굉장히 감동적인 시다. 얼마 전에 지방에 가서 강의를 하는데 절명시를 읊었더니 모두가 숙연해졌다. 이번에 그 지방에서 큰 부채에 절명시를 써서 가져왔다. 회장에 부임하게 되면 그 부채를 모두가 볼 수 있게 유리장에 넣어서 보관할 생각이다. 그런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광복회는 그냥 월급이나 받는 평범한 단체가 아니다. 우리나라 정체성을 가르치는 단체다. 다른 단체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국가보훈처가 보훈부로 승격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보훈부 승격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더구나 승격되는 과정이 여야의 대결이 아니라 완전한 만장일치였다. 속으로 보훈을 국가의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부분에는 여야가 따로 없구나하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광복회는 보훈부의 가장 어른단체다. 만장일치 정신, 국민이 바라는 정신을 우리 마음에 담아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광복회가 그동안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준 것이 사실이다. 저부터 반성한다. 그렇다고 전임자들의 책임을 추궁하거나 단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책임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너나 할 것 없이 다 같이 책임을 지는 마음으로 다시 재건해야 한다. 제가 회원들과 국민들에게 호소드리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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