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과반' 안철수 '보수 공략' 통할까

서부경남·농어촌 보수후보 지지세 강해

지난 22일 부산 중심지인 서면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3만여명의 부산 시민들이 모였다. 당초 1만명 정도를 기대했던 캠프는 승리의 분위기에 도취해 '문재인'을 연호했다.

사하구에서 온 양 모(45·남)씨는 "내가 찍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거다. 게임이 끝난 것 아니겠냐"며 고무된 분위기였다.


부산의 관심은 사상 처음 영호남의 지지를 모두 받는 대통령을 탄생시킨다는 꿈으로 부풀어 있다. 대선이 10여일 남은 현재 분위기는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문재인 후보가 되든 안철수 후보가 되든 모두 부산 출신이다. 보수정당은 분열됐고 홍준표 후보는 보수층의 기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정 모(42세·남)씨는 "누가 돼도 정권교체 아니겠냐. 좀 더 지켜보며 지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느긋한 태도다.

젊은 층의 기대를 모아 문 후보는 50% 득표를 목표치로 삼았다. 3당 합당 이후 보수로 돌아선 부산경남을 야도로 완전히 되돌릴 태세다.

현재까지 50% 득표가 마냥 꿈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넘지 못한 30% 벽을 40% 근접하게 끌어올렸다. 지난 총선에서는 3당합당 이후 처음으로 야당이 5석을 차지했다. 탄핵으로 인한 보수층 표심의 혼돈까지 겹쳐 가능성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안철수'라는 대항마가 만만치 않다. 안 후보는 빠른 기세로 보수표를 모으고 있다. 보수층이 안 후보를 선택하는 흐름은 확연해지고 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정 모(68세·남)씨는 "우리 나이대 모이면 모두 안철수 이야기 뿐"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가 50%를 넘기 위해 바라봐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문 후보에게는 반문정서 또한 넘어야 할 벽이다. 보수층의 저항은 반문정서로 나타나고 있는데 예상외로 깊게 퍼져 있다. 왜 싫은지에 대해서는 제각각이다. "그냥" "부산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다고" "신뢰성이 없어서" 등의 이야기가 주다.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이 싫어서 박근혜를 찍었다"는 정 모(65·남)씨는 "찍고 싶은 보수후보도 없지만 투표하러 간다면 안철수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의 약진은 문 후보에게는 위기다. 안 후보와 야야 대결로 인해 호남 몰표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강력한 보수 아성인 대구경북(TK)에서 안 후보가 차지하는 부족분만큼도 만회해야 한다. "알 수 없다. 선거막판 홍 후보로 흩어져 있던 표심이 안 후보에게 결집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실제 안 후보의 PK지역에서의 추격세는 무서울 정도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원회에 등록된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그 흐름을 알 수 있다.

주요 4당들이 대선후보 당내 경선을 시작할 때만 해도 PK민심의 안 후보 지지는 5% 정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3월 28일 바른정당이 대선후보를 결정한 이후부터부터 급격한 상승세다. 불과 1주일새 14%로 10% 가까이 상승하더니 각당 후보선출 직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는 25%를 넘어섰다. 지난 주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30%로 올라섰다.

안 후보의 흐름은 문 후보와는 완전히 대비된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 달리 애초부터 PK지역에서 40%를 유지했다. 안 후보가 5%에 머물던 때에도 41%를 유지했다. 전혀 상승기세가 없다. 안 후보가 5% → 14% → 25% → 28% → 30%로 매주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과 달리 문 후보는 41% → 38% → 41% → 41% → 40%를 유지하고 있다. 40% 박스권에서 탈출하지 못하면서 50%도 오르지 못할 벽으로 다가서고 있다. "그게 다일 것"이라는 소리가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넘어설 계기가 필요하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변수다. 홍 후보는 10%대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도약의 기회를 넘보고 있다. 과일가게에서 만난 최 모(62세·여)는 "그래도 홍준표 밖에 없다. 나는 홍준표 찍을거다"라고 말했다.

경남지역은 도시와 농촌 민심이 갈리고 있다. 문재인 후보 출신지인 거제와 현재 자택이 있는 양산,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김해, 공단밀집지역인 창원 등 부산 벨트는 문 후보 지지세가 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는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다는 반응이다. 캠프 관계자는 "전통시장에 유세가면 상인들이 '음악 살살 틀어라. 어차피 문재인 찍는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보수성향이 강한 진주 등 서부경남과 농촌지역은 홍준표 후보 선호도가 강하다. 지난 4년간 홍 후보가 도지사로 재직하면서 구축한 조직세와 명망이 여전하다.

거창에 사는 전 모(50·여)씨는 "촌은 끄떡없다"고 말했다. 전씨는 홍 후보의 막말발언 등에도 "하고 싶은 말 대신 해 주는데 사과하면 됐지 그게 왜"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투다. 기본적인 정서의 문제가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경남은 문 후보가 40%를 넘을 것인가가 관심이 되고 있다.

유보층도 여전하다. 개업의인 이 모(55)씨는 "과거 홍준표 도지사를 찍었는데 실망했다"며 "안철수 문재인 둘 중 누굴 찍을 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주변 나이 많은 의사들은 여전히 홍준표 지지자가 많고 마누라는 안철수 찍는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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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 차염진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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