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층 53.5% "태극기집회 허용해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태극기 집회가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촛불시위를 경험하면서 '나와 정치적 의견이 다른 집단이더라도 정치활동의 자유와 권리는 보장받아야 한다'는 민주주의 정치문화가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서베이몹(KTMM)에 의뢰한 기획조사 결과를 보면 '촛불집회가 허용되었던 것처럼 친박진영의 태극기집회도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7.4%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탄핵 동의 여부에 따라 구분해보면 탄핵이 부적절했다는 응답자 가운데 79.8%가 '태극기 집회 허용'에 찬성했다.

탄핵이 적절했다고 응답한 이들 중 '태극기 집회 허용'에 찬성한 비율은 53.5%였다. 탄핵 반대 집단에 비해선 찬성률이 낮지만 절반 이상이 자신들과 견해를 달리하는 태극기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스스로를 '진보'라 생각하는 이들 가운데 태극기 집회 허용을 찬성한 비중도 50.6%로 절반이 넘었다.

태극기 집회는 최순실 국정농단을 비판하고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던 촛불집회와는 정반대의 정치적 지향과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 탄핵 지지층의 절반 이상이 '태극기 집회 허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온 조사결과는 그만큼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포용적이고 관용적인 태도가 확산됐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태극기 집회에 대한 찬·반이 정치지향의 문제라면 태극기 집회 허용 여부는 민주적 권리와 자유의 문제로 전혀 다른 차원임에도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문화에서는 잘 구분되지 않았다"며 "탄핵에 동의하는 응답자 2명 중 1명 이상이 태극기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한 것은 고무할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연령별로 보면 젊은 세대일수록 태극기 집회 허용에 찬성하는 비중이 높았다. 19~29세 응답자의 64.2%, 30대의 61.6%, 40대의 57.1%가 태극기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50대에선 51.9%, 60세 이상에서는 54.5%가 태극기 집회 허용에 찬성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적절했다는 응답률이 19~29세 95.2%, 30대 92.3%, 40대 89.6%, 50대 84.1%, 60세 이상 69.4% 등으로 낮은 연령대에서 탄핵 찬성률이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젊은 세대일수록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집단의 권리를 배려하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어떻게 조사했나

본 조사는 탄핵관련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현재적 의미를 찾기 위해 모바일 서베이 전문회사인 서베이몹(KTMM)에 의뢰하여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진행하였다.

조사 표본은 안전행정부 '주민등록인구현황' 2017년 3월 말 기준 인구 구성비에 따라,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비례할당 후 서베이몹의 MS패널을 활용하였다. 스마트폰 앱조사 방식을 사용한 본 조사의 표본은 1,098명이며, 응답율은 2.3%였다. 표본의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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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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