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8명 "정치 잘못할 땐, 집회 참가"

촛불 미참여층도 '행동의사 표현' 적극적

"제도권 끌어안아야 긍정 에너지로 작용"

촛불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을 경험하면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려는 '행동주의'가 크게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주의란 시민들이 현재 정치·사회·경제적 상태에 불만이 있을 때 이를 바꾸기 위해 언론사나 정치인에게 편지쓰기, 정치캠페인 참여, 집회참여, 불매운동이나 보이콧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촛불로 고양된 행동주의가 한국정치에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하도록 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는 제도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촛불항쟁 이후 시민사회의 인식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모바일 서베이 전문회사인 서베이몹(KTMM)에 의뢰한 기획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3.2%가 '정부가 비민주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때 시민집회에 참석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또 '정권의 비리가 밝혀졌을 때 시민집회에 참석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78.3%, '정부가 당면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무능할 때 시민집회에 참석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77.2%에 달했다.

10명중 8명 가량은 정치가 잘못되었을 때 선거를 기다리지 않고 시위나 집회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답한 것이다.

당장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 판결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시 촛불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응답자도 70.9%나 됐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지난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들에게서도 행동주의의 확산이 확인된다는 점이다. 촛불집회 미참여층 가운데 '정부가 비민주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때 시민집회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이들은 74.4%에 달했다. 촛불집회 참여층(93.5%)에 비해선 낮았지만 4명중 3명꼴로 집회참여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촛불집회 미참여층 중 '정부가 무능할 때 집회에 참석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69.8%, '정권의 비리가 밝혀졌을 때 집회에 참석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64.3%로 과반을 훌쩍 넘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 판결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시 촛불집회를 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61.3%를 차지했다. 이는 촛불집회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촛불로 인해 정치적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행동주의가 강화되거나 '전염'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행동주의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부적절했다'고 인식하는 집단에서도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이 부적절했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 70.2%는 '정부가 비민주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때', 71.4%는 '정부가 무능할 때' 집회에 참석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정권의 비리가 밝혀졌을 때 집회에 참석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률도 55.9%로 과반을 넘었다.

탄핵은 부적절했다고 보지만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보면서 행동주의를 모방,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복경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행동주의의 전염 또는 확산현상은 민주정치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민주주의의 어느 단계에서 시민행동주의가 나타나면 최초에 어느 진영에서 출발했든 간에 특정 정치 집단의 전유물로 한정되지 않고 사회전체의 보편적 속성으로 자리 잡게 된다"고 설명했다.

촛불로 확산된 행동주의는 진보나 보수를 떠나 기존 제도정치권이 객관적 현실로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연구위원은 "행동주의는 그 자체로 기존 대의정치와 부합하거나 갈등한다고 단순히 평가할 수 없고, 제도정치와의 관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제도정치가 행동주의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면 선거캠페인이나 정책캠페인 참여 등을 통해 정당이나 정부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등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제도정치가 행동주의에 반응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제도정치 대 거리정치의 갈등이나 정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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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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