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투표했던 유권자 중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사법처리에 찬성하는 의견이 3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준표 투표층에 박근혜 탄핵·사법처리 반대세력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라고 묻자 홍준표 투표층 가운데 35.2%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부적절했다'는 64.8%였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 판결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시 촛불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동의한다'는 답이 32.2%에 달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67.8%였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보수후보를 지지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법적 처벌에 대한 찬성 여론이 30%를 웃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정치 불안을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홍준표 투표층 중 36.8%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는 63.2%였다. 탄핵이 정치불안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헌정질서를 바로잡은 것이라는 인식이 홍준표 투표층에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촛불집회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25.7%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하지 않다'는 74.3%였다. 홍준표 투표층에도 촛불집회에 대해 자긍심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이지호 상임연구위원은 "홍준표 지지층 중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촛불집회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사람들의 비중과 1년 전 촛불집회에 참여한 보수층의 규모가 비슷하다"며 "보수정치권은 이런 사실에 입각해서 향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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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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