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문재인 대통령 공약이행 차원, 청와대 의지 강해

②보유세율 OECD 꼴찌권, 부동산세제 재편 필요성

③특단대책에도 버티는 다주택자, 마지막카드 꺼내다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보유세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취임 전인 지난해 5월 인사청문회에서도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확인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던 지난해 여름부터 여권발 '보유세 개편론'이 확산됐다. 그러자 김 부총리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보유세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을 정도였다.


그랬던 김 부총리 입장이 지난해 10월 이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국정감사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물론 "세제개편은 신중해야 한다"는 전제가 달렸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보유세 개편'을 공식화했다. 기존 입장을 180도 바꾼 셈이다. 김 부총리가 보유세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바꾼 데는 청와대 의중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참여정부 때 종부세 도입 등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2일 "세제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김 부총리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보유세와 관련해서는 올 초부터는 본격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청와대 의중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왜 자칫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는 보유세 문제를 새해 벽두부터 건드리고 있는 것일까.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 = 종부세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이행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주요 부동산정책으로 △부동산 보유세 인상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임대소득 과세 등을 공약했다. 지난해 출간한 대담집에서도 "부동산 보유세가 국제 기준보다 낮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을 현 0.79%에서 1.0%까지 올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2012년 대선에서도 보유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슈퍼리치 증세 당시에도 보유세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했는데 조세저항 우려 등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면서 "사회적 공론화와 법 개정 절차 등을 고려하면 연초부터 보유세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실기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보유세 인상 여론이 압도적이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일 서울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2명은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보유세 강화 정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세 강화 찬성 응답은 65.2%로 반대(23.4%)보다 훨씬 높았다. '모름·무응답' 비율은 11.4%였다.

평균 밑도는 한국 보유세 비중 = 실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보유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 45년간 단 한 차례도 OECD 평균을 웃돈 적이 없을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0%였다. 이는 현재까지 관련 통계를 발표한 31개 국가 중 16위로, OECD 평균 0.91%보다 낮은 수준이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임기중 1% 보유세 비중'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GDP의 0.2%(약 30조원, 2016년 GDP=1조3779억달러) 가량 보유세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

보유세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영국으로 3.11%였고 캐나다도 3.06%로 3%를 넘었다. 프랑스(2.65%), 미국(2.48%), 이스라엘(1.99%), 뉴질랜드(1.93%), 일본(1.87%) 순으로 높았다. 반면 룩셈부르크는 0.07%로 보유세 비율이 가장 낮았고 스위스(0.18%), 체코(0.22%), 오스트리아(0.22%) 등 유럽 국가들이 주로 하위권에 자리했다.

한국의 보유세 비율은 2002년 0.48%까지 낮아졌다 그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2005년 참여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자 0.5%대에 머물던 보유세 비율은 2006년 0.72%로 껑충 뛰었고 2008년에는 0.89%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를 대폭 완화하면서 보유세 비율은 2009년 0.8% 밑으로 떨어졌다. 줄곧 0.7%대에 머물다 2015년에 다시 0.8%로 올라섰다.

선진국들의 추세는 보유세 비중이 더 높아지는 양상이다. OECD 평균은 2000년 이후 0.9% 안팎에 머물다 2009년 1%를 넘어섰고 2015년에는 1.12%로 올랐다.

버티는 다주택자 = 보유세 카드는 부동산정책의 마지막 수단으로 손꼽힌다. 야당에는 시빗거리를 제공하는 셈이고, 다주택자들은 정부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도 종합부동산세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기억이 있다. 더구나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보유세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서울 등의 집값 과열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고강도 수요 억제책을 담은 '8·2 부동산 대책'을 비롯한 규제책을 잇달아 꺼냈다. 청약 규제와 대출 강화, 양도소득세 중과 등을 통해 다주택자를 압박했다. 그런데도 서울 집값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1~11월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3.82% 올라 2016년 한 해(3.25%)보다 상승 폭이 컸다. 4월 양도세 중과 방침에도 불구하고 다주택자들이 여전히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적어도 보유세가 은행 금리 보다 훨씬 높아지고, 이런 정책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확신이 서야 다주택자들이 압박감을 느끼고 집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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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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