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참여정부 종부세의 뼈아픈 교훈→특위 통한 공론화

②여소야대 국회상황→국민 여론 배경으로 정면돌파

③여의치 않으면 플랜B 가동→과세표준·공시가격 조정

문재인정부는 상반기 중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올해 안에 보유세 문제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보유세 강화뿐만 아니라 부동산 과세체계 자체를 '정상화'하는 게 정책목표다. 청와대는 최근 백브리핑을 통해 "보유세 등 부동산 과세 체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이르면 상반기 중에 완료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김수현 사회수석(왼쪽부터), 조현옥 인사수석,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 수석은 청와대 부동산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여권 관계자는 3일 "부동산 투기로는 돈을 벌 수 없고, 필요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은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제도적 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은 보유세 강화 찬성 65% = 1일 서울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유세 강화에 찬성하는 응답률은 65.2% 였다. 반대(23.4%)의 3배에 가까울 정도다. 국민 3명 중 2명은 보유세를 강화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모드'다. 과세 문제는 정권의 기반을 흔들 정도로 예민하고 복잡한 사안인 탓이다.

그래서 정부가 선택한 방식이 '특위를 통한 사회적 공론화'다. 세금문제의 정책실무를 담당하는 부처는 기획재정부이지만, 민간 중심의 특위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넓힌 뒤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가칭 재정개혁특위는 세제·재정 전문가와 시민단체·경제단체 관계자, 학계 인사 등을 포함해 20명 이상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위원장 역시 민간 인사 중에서 임명한다. 이르면 이달 중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특위가 구성되면 내부 논의와 공청회, 국민여론조사 등을 거쳐 6~7월쯤 '부동산과세체계 방안'을 내놓게 된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8월초 발표할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에서 구체적인 안을 확정한다.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절차에 들어간다.

"실패 되풀이하지 않겠다" = 정부가 문 대통령 대선공약 사안이기도 한 보유세 문제를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문재인정부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참여정부의 쓰라린 실패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청와대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김수현 사회수석은 참여정부 때에도 종부세 도입을 지휘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참여정부 기간 여러 번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기자들에게 '8·2 부동산 대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김 수석은 "보유세는 쓰지만 몸에 좋은 보약이다. 참여정부 당시의 실패를 교훈 삼아 신중하게 의사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를 계승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응축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8·2 대책'에서 보유세를 건드리지 않고, 2018년 4월 이후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방침을 내놨다. 정부가 추진하는 보유세 개편은 '4월 이후에도 집을 팔지 않은 다주택자에 대한 2차 처방'인 셈이다.

녹록치 않은 국회 상황 = 지난해 수도권 집값이 들썩이면서 '보유세 강화론'이 확산됐지만 청와대는 신중모드를 이어갔다. 여기에는 여소야대의 국회상황도 한 몫 했다. 보유세를 강화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국회에서 여당이 법개정에 필요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 중심의 특위활동을 통한 공론화 과정을 먼저 밟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보유세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여론이 모아지면 그 힘을 바탕으로 '여소야대 국회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새해 들어 정부여당이 보유세 문제를 공식 제기한 것은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읽힌다. 임기 1년차에는 적폐청산에 주력했다면, 2년차부터는 국민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유세 문제는 안성맞춤 재료다. 지난 9년간 보수정권은 부동산 관련 세금을 인하하고 규제를 완화하며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도모해왔다. 결국 모처럼 안정돼가던 집값은 올 들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를 정상화시키는 것은 적폐청산의 연장선상이다. 또 부동산 문제가 전 국민의 이해가 걸린 사활적 사안이란 점에선 경제·민생의 문제다. 결국 보유세 문제는 적폐청산과 민생정책의 경계선상 이슈인 셈이다.

법개정 불발되면 플랜B도 있다 = 부동산 세재 개편은 문재인정부 핵심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의 물적토대이기도 하다. 소득주도성장은 국민들의 소득을 높여 내수를 돌게 하고, 다시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자는 정책이다. 하지만 국민소득을 높여봐야 집값과 임대료가 뛰면 '말짱 도루묵'이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임대료가 적정선에서 묶여야 소득주도성장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한국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지대(地代·토지사용료)개혁을 주장한 것과 같은 문제의식이다.

한편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부동산 세재개편안'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불발될 경우를 대비한 대책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시장가액이나 공시가격을 올려 보유세 강화에 준하는 효과를 거두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주택 공시가격 대비 실제 세금을 매기는 과세 표준의 비율이다. 현재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60%, 종합부동산세는 80%다. 이를 높이는 것만으로도 보유세 강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시가의 60∼70% 수준인 주택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률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종합적 부동산세재 대책이 되기 어렵고 '꼼수'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어 정치적 부담이 있다.

한편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되, 상대적으로 높은 거래세율과 양도세율을 일부 인하해 야당과 협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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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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