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가금육 '양보'

김동연-강경화-김현종 장관급 3각 채널 가동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철강 관세폭탄 등 미국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에 잇따라 강펀치를 얻어맞은 한국이 막판 '묘책' 찾기에 분주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9일(현지시각)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조우한다. 김 부총리는 명단 제외를 위해 막판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 외에도 우리 정부는 철강 관세 협의를 위해 2개의 장관급 채널을 가동중이다. 지난주 한미FTA 3차 개정 협상을 마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23일까지 계속 미국에 머물기로 했다. 막판까지 정재계 핵심인사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남북·북미정상회담 문제를 조율하러 미국에 간 외교부 강경화 장관 역시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관세 면제를 거듭 요청하며 힘을 보탰다.

미국은 15~16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3차 개정협상 도중 철강 관세부과를 내세우며, FTA 핵심쟁점 분야에서 한국의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에 달하는 철강 관세 부과 발효시기를 이달 23일로 정한 후 이를 빌미로 압박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미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대신 철강 관세를 피해가고, 나아가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이견을 좁혀나가는 '원샷 딜'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4일 개정·고시한 '미국산 가금육 등의 수입위생조건'은 단적인 사례다. 미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도 해당 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닭고기 등은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금까진 미국 특정지역에서 AI가 발생하면 미국 전역으로부터 가금류를 수입할 수 없다.

미국은 2015년부터 가축질병이 발생한 지역의 축산물만 수입할 수 없도록 하고 나머지 지역에선 수입을 해야 한다며 이른바 '지역화 이슈'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 유럽연합 등 다른 국가에서도 잇따라 지역화 이슈를 제기할 수 있다며 개정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런 과거 분위기를 감안하면 철강과 농산물간의 협상이 어느정도 효력을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미FTA 개정협상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3차 협상에서)이슈별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을 거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16일 3차 개정협상을 마친 한미FTA 협상단도 미국에 잔류해 김현종 본부장과 함께 협상에 임하고 있다.

[관련기사]
[G20 재무장관 회담, 주요 의제는] 미 철강관세 한국 제외, 진전 있을까
미국산 닭고기 수입장벽 낮췄다

이재호 정연근 성홍식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