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선물 … 김현권 의원 "레드라인 넘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정부가 미국산 닭고기 등에 대한 수입문턱을 낮춰 주목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은 18일 "정부가 농업분야에서 추가 개방을 하지 않겠다고 하던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 미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도 발생한 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닭고기 등은 수입할 수 있도록 '미국산 가금육 등의 수입위생조건'을 개정·고시했다. 이전까지는 미국에 AI가 발생하면 미국산 가금류는 수입할 수 없었다.

미국은 2015년부터 가축질병이 발생한 지역의 축산물만 수입할 수 없게 하고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수입을 해야 한다며 이른바 '지역화 이슈'를 제기해 왔다. 정부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연합 등 한국으로 축산물을 수출하는 나라에서 잇따라 지역화 이슈를 제기할 수 있어 이에 대해 신중하게 대처해 왔다.

김 의원은 "한미FTA 협상이 처음 시작될 때 미국은 우리에게 쇠고기시장 개방 등 이른바 '4대선결조건'을 제시했고, 정부는 한미FTA가 발효되기 4년 전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입했다"며 "이번에 가금육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한 것은 쇠고기 시장을 먼저 열어준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2003년 광우병 발생 이후 쇠고기 수출이 막힌 후 전방위적인 통상압력을 행사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출 재개에 나섰고, 한국시장은 한미FTA협상을 계기로 다시 열었다.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는 호주산을 제치고 수입쇠고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축산계도 정부 조치에 대해 우려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국내 가금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대안·대책도 제대로 없이 AI발생국 가금육 수입장벽을 낮춰주는 것은 국내 가금산업 말살정책"이라며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시작으로 지역화 장벽이 잇따라 무너지는 상황이 오면 국내 축산업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문 회장은 "AI가 늘 발생하고 있는 중국에서 한국은 미국에 해 준 것처럼 중국에서도 AI 비발생지역 닭고기를 수입하라고 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브라질과 수입위생조건 협상에서도 구제역 비발생지역 돼지고기를 수입하기로 해 브라질산 돼지고기 수입이 임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수입위생조건 개정과 한미FTA 재협상을 연결 짓는 것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15년부터 미국이 요구해오던 것을 수용한 것은 맞지만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등 국제기준을 감안한 결과이지 한미FTA 재협상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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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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