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통로 막아 한국GM 위기 초래 … 사회적 합의모델도 검토 필요

"'한국GM이 망해도 누군가 인수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김용진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서강대 교수)은 한국GM 사태에 대해 이렇게 첫마디를 꺼냈다.

김 회장은 "지금은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해야할 때"라며 "우선 정부는 GM본사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협상이란 GM본사가 신규 투자를 결정하고, 잘 팔리는 차를 한국에서 생산하도록 견인하는 것이다.

쌍용차 회생은 경영전략의 성공 = 김 회장은 현재 GM에 대한 실사가 진행 중인 것과 관련, "본사가 한국에 얼마를 투자하고 얼마를 가져갔는지, 이전계약은 문제가 없는지 따지는 것보다 한국GM에 비즈니스 독립성이 있었는지, 본사의 경영전략 실패가 위기를 초래한 주원인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전략 문제가 드러나면 한국GM이 전기차 등 미래 경쟁력있는 차종을 생산할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올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3자 인수론에 대해서는 "과거 쌍용자동차가 어려움을 겪었을 때 상하이GM이 인수자로 나섰고, 그들이 떠난 후에 마힌드라가 쌍용의 새 주인이 됐다"면서 "한국GM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쌍용차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티볼리와 G4렉스턴과 같이 좋은 모델이 개발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김 회장은 "쌍용차 회생은 무엇보다 경영전략의 성공"이라며 "한국GM의 현 위기는 GM본사가 경영전략을 잘못 세웠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GM이 한국GM을 인수한 이후 내수시장에서는 십 수년간 꾸준한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GM본사는 한국에 인기없는 차종을 생산하도록 배치했고, 유럽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한국GM의 수출통로를 막아버렸다.

결국 한국GM은 현재 대세인 반반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미래형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지도 않다.

브라질식 구조조정, 한국엔 부적절 = GM은 최근 남미법인 소속 임원을 한국GM에 임명하는 등 브라질식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GM은 브라질법인의 실적이 급락하자 2009년 근로자 700여명을 해고했고, 철수설이 불거졌다. 이후 2014년 메리 바라 GM 회장은 지우마 호세프 당시 브라질 대통령을 직접 만나 세금 감면과 대출 등 대규모 재정 지원을 약속받았고, (GM은)향후 5년간 29억달러(3조1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GM의 브라질 방식은 지금 우리정부에 요구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하지만 브라질은 내수기반이 든든한 시장이고, 한국은 수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GM본사에 이러한 계획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GM과의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경우 두번째 대안으로 사회적 합의에 의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새로운 모델이란 노동조합이 주주로 참여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투자해 사원주주회사로 출범하는 것을 뜻한다.

'사원주주+정부·지자체 출자'도 대안 = 김 회장은 "한국GM 고용인원이 1만6000명인데 이중 1만명이 1억원씩 출자한다면 1조원의 자금이 생긴다"면서 "여기에 중앙정부와 (한국GM)공장이 있는 부평, 창원, 군산 지자체가 각각 출자형태로 지원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한국GM이 망한다면 실업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도 그런 상황이 발생한 후 문제를 수습하는 것 보다 새로운 사회적 합의모델에 투자하는 게 훨씬 수월하고 가치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GM이 새로운 회사로 태어나더라도 신차개발 능력이 없어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됐다. 따라서 GM본사와 협의를 통해 당분간 신차에 대한 라이센스를 유지하고 유통망을 유지해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이미 폐쇄를 선언한 군산공장에 새로운 시스템을 우선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만하다"며 "2009년 파산했던 GM본사가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과정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제언했다.

파산 후 부실자산 매각에 성공한 GM은 같은해 7월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미국정부 60.8%, 미국자동차노동조합(UAW) 17.5%, 캐나다정부 11.7%, Old GM 10%의 지분구조를 갖춘 New GM으로 새롭게 출범한 바 있다.

한국GM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노조가 스스로의 몸값을 올리려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노조가 회사위기를 가져온 첫번째 주범으로 생각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사회적 합의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경영주체로서 변화된 모습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GM사태 해법은' 연재기사]
①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철수 5~10년 걸려, 협상 서두를 필요없다" 2018-03-20
①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브라질식 모델에 말려들면 안돼" 2018-03-20
② 김용진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서강대 교수)│ "GM본사에 경영실패 책임 따져 물어야" 2018-03-27
③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한국GM 대책TF위원장│ "신뢰할 수 있는 미래 계획, GM이 내놓아야" 2018-04-06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