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정상화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노조도 고통 분담"

"완전 철수 않을 듯 … 군산공장 재가동 끝까지 협상"

"신뢰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GM이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노동조합도 고통을 더 부담할 수 있습니다."

사진 이의종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한국GM 대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5일 내일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GM 노조는 이미 나름대로 많은 희생을 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터뷰가 진행되기 직전 한국GM 노조는 회사측의 성과급 지급불가 방침에 항의하며 사장실을 점거했다.

홍 위원장은 대우자동차와 GM대우 출신으로 노조 사무처장을 지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노조가 사무실을 점거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GM경영진이 믿을 수 있는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또 GM이 부실경영에 책임을 지고 확실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만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한국GM 상황은 어떤가

7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노조가 사장실을 점거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덜컥했다. 여전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 산업은행과 GM측과는 대화가 잘 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실사를 마치면 그걸 토대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신속하게 취할 것이다. 다만 회사가 노조에 대해 좀 더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데 노조가 수용할 것인지가 마지막 중요 쟁점이 될 것 같다.

협력업체들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굉장히 불안해한다. 자금난을 겪는 협력업체들에겐 금융지원을 하는 등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GM이 어려워진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나

복합적이다. 분명한 건 그동안 GM이 미국에 있는 본사만 이익을 보는 구조로 돼 있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GM이 직접 납품을 받는 부품이 있고, 본사에서 조달하는 부품이 있는데 본사를 통해 들여온 부품 가격이 월등히 높다. 또 한국GM이 R&D(연구개발) 비용을 과도하게 부담하고 있는데 정작 자동차 관련 특허 지적재산권은 다 본사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높은 기술료를 내야 한다. 한국GM이 미국 본사에게 지출하는 대출이자만 연간 1000억원이 넘는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생산성 대비 인건비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게 사실이다. 임금 수준이 주된 원인은 아니지만 한국GM이 어려워지는 한 요인이 됐다.

좀 더 직접적으로는 세계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면서 GM이 유럽시장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한국GM에 직격탄이 됐다. 군산공장에서 만든 물량 대부분이 유럽으로 수출하는데 그 길이 막혀버렸다. 군산공장 가동률이 몇 년째 20%밖에 안된다. 그러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GM이 한국시장에서 완전 철수할 가능성도 있나

올 1월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을 만났는데 그때는 GM이 한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려는 것 같아 걱정이 많았다. 지금 단계에서 보면 GM은 구조조정 해서 한국에 남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산공장도 재가동할 수 있나

GM은 군산공장 재가동은 어렵다고 한다. GM경영진을 만날 때마다 군산공장 재가동 필요성을 이야기하는데 자기네들이 유럽시장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군산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판매할 곳이 없다고 하더라. 군산공장을 가동하면 어떻게든 가능한 지원을 하는 등 정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끝까지 협상을 해봐야 한다.

■군산공장을 비롯해 한국GM 사태를 경제논리로 풀어야지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당연히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봐야 한다. 자동차산업은 전자와 함께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견인차다. 특히 전자보다도 자동차산업은 전후방연관효과로 인해 고용효과가 크고 그만큼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한국GM을 단일기업의 문제로 생각하면 안된다.

'협신회'라고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이 있는데 회원사가 300여개에 달한다. 협력업체 중에는 한국GM에만 납품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GM본사로도 납품한다. 그 물량이 연간 3조~4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작년에 한국GM은 50만대를 생산했지만 글로벌GM은 전세계적으로 960만대를 팔았다. 한국GM이 있었기 때문에 부품업체들이 1000만대 시장에 접근할 수 있었던 거다. 한국GM에서 부품업체들에 대한 기술확인, 품질관리 등 이뤄져야 납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군산공장 노동자가 2000명인데 군산 산업단지와 주변에 있는 협력업체에서 고용한 노동자가 1만2000명이나 된다. 군산공장이 폐쇄되면 이들 기업들에게도 큰 문제가 발생한다. 부품업체들을 만나면 어떻게든 GM을 잡아야한다고들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 부품업체들이 기술력이 있다. GM의 전세계 부품 업체가 3000개에 달하는데 작년에 GM이 선정한 89개 우수부품업체 중 25개가 한국기업이었다. 상위 10개 기업 중에도 3곳이 포함됐다. 게다가 한국GM의 기술연구소가 GM 전체 기술연구소의 1/4~1/5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GM도 한국에 남아야 할 이유가 있는 거다.

■정부가 군산 등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정해 지원하기로 했는데

군산에 가서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을 만나 장시간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책을 세워야겠구나는 생각을 했다. 정규직들은 그래도 희망퇴직하면 1억~2억원이라도 받아서 나오지만 비정규직들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비정규직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들이 반영되어 대책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GM이 어느 정도의 자구안을 내놔야 정부 지원이 가능한가

GM이 처음에 한국정부에 요구한 것은 한국GM에 누적된 3조원이 넘는 부채를 같이 부담해달라는 거였다. 근데 부실의 원인이 경영 때문 아닌가. 유럽에서 철수하면 한국GM이 당연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빨리 조치를 취해 생산물량을 주던가, 구조조정을 해야하는데 그냥 방치해왔다. GM 경영진들에게 '무능하고 무책임하게 경영해놓고 지금 와서 한국정부에게 협박하느냐, 이런 식으로 경영할 거면 철수하는 게 낫다, 하려면 똑바로 하라'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한국GM의 임직원과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건 한국GM이 생산물량을 확보해 제대로 가동하고 그래서 이익을 내는 정상적인 회사 아닌가.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장기적으로 생존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이라는 3대 원칙을 정한 거다. 경영을 잘못해서 생긴 3조원의 부채는 GM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GM이 그 부분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실사에 들어간 것이다.

솔직히 GM이 우리나라에 20년, 30년 남아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자동차산업이 친환경차다, 자율주행이다, AI다 해서 얼마나 빠르게 바뀌고 있나.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자동차산업은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되기 힘들다. 그래서 적어도 10년 계획을 내놓으라 했다. 그 사이 GM이 철수해도 한국정부가 대책을 세워 고용 등 공백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GM이 부실 경영에 대해 책임을 지고 앞으로 어떻게 생산물량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지 계획을 내놓는다면 그에 상응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실사라는 게 한국GM의 재무상황, 또 GM측이 제시한 경영정상화 방안 등을 검토해 과연 회사가 정상화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실사가 나오고 노조의 고통 분담 등을 고려해 회사가 정상적으로 지속될 수 있겠다 판단이 서면 정부가 지원을 할 것이다.

■노조의 고통 분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동안 노조가 임금동결을 선언하는 등 나름 많은 고통분담을 해왔다고 본다. 그럼에도 회사가 너무 어렵다보니 더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데 노사간 고통분담이 GM정상화의 마지막 쟁점이 될 것 같다.

■노조가 성과급을 포기하는 대신 주식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비판을 받았는데

노조가 몇 년 전부터 생산물량만 보장해준다면 얼마든지 희생하고 협조하겠다고 해왔는데 회사가 받아들이질 않고 경영을 잘못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노조로서는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노조가 지분을 확보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어떤가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조합원들을 강요하지는 못한다. 여러 방안을 노사가 허심탄회하게 협상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노조가 사장실을 점거하는 방식으로 풀어가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노사간 불신이 워낙 깊었다. 노조가 경영진을 믿지 못한다. GM이 신뢰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노조도 고통을 더 부담할 수 있다.

한국GM사태를 보면서 한국자동차산업이 위기에 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자동차산업이 급변하는데 잘 준비하지 않으면 한국자동차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차 부품이 3만개인데 전기차는 1만개다. 그러면 조립하는 인원이 3분의 1로 줄어야 한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새로운 환경에 맞춰 어떻게 연착륙할 것인지 대비해야 한다. 먼 미래가 아니라 5, 10년 뒤 일이다. 이미 늦었다. 노조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면서 함께 협력하고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GM사태 해법은' 연재기사]
①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철수 5~10년 걸려, 협상 서두를 필요없다" 2018-03-20
①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브라질식 모델에 말려들면 안돼" 2018-03-20
② 김용진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서강대 교수)│ "GM본사에 경영실패 책임 따져 물어야" 2018-03-27
③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한국GM 대책TF위원장│ "신뢰할 수 있는 미래 계획, GM이 내놓아야" 2018-04-06

김종필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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