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북한리스크 '불안정성' 해소 기대 … 정부 "여러 시나리오 만들어 준비"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남북 경제협력(경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와 달리 이번 회담에서는 경협 의제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본격적인 경협을 위해서는 유엔(UN) 대북교역 중단 결의안 등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 국면은 남북미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근원적 문제해결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정상회담과는 차원이 다르다. 협상만 잘 진행된다면 남북 경협의 고질적 문제였던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미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체제보장을 전제로 중국이나 베트남식 개혁개방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북미정상회담 등 추이를 지켜보면서 내부적으로 남북 경협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 "남북경협, 단계적 대비"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해 "내부적으로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준비를 하고 있다"며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김 부총리는 2일 세종정부청사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남북 경협 등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기재부는 판문점 선언 전부터 담당 실·국을 중심으로 남북 문제에 대해 학습하고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는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나 재원 문제 등은 진행 상황을 봐야겠지만 내부적으로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준비를 하고 있다"며 "어떤 속도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지, 국제공조는 어떻게 할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부총리는 "경협 문제에 있어서는 차분하고 질서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경협의 선결 조건에는 국제사회의 합의가 필요한 사항도 있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 등 앞으로 진행될 사항을 보며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남 기술·자본, 북 자원·노동력 결합한다면" = 기재부는 이날 남북 경협의 재원으로 쓰이게 되는 '남북협력기금'의 경우 실제사업비로 책정된 금액은 9593억이고, 이 중 주요 협력사업에 대해서는 3446억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부총리는 "지금 협력기금 돈이 얼마 있다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전제조건의 해결과 진전 상황을 보며 재원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박승 전 총재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북한의 엄청난 규모의 지하자원과 값싸면서도 양질의 노동력이 남한의 기술·자본과 결합한다면 무서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좀 더 의미를 뒀다. 특히 그는 "남북 경협이 한국의 마지막 남은 도약 기회"라고 강조했다.

남북 경협이 꾸준히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는 지금의 3%대 성장률을 훌쩍 웃도는 5%대 성장을, 북한 경제는 당분간 매년 8~10%대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경협 예산은 어떻게 조달하나 = 정부는 남북경제협력 준비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각종 교류협력, 철도·도로 등 예비타당성 조사, 대외공적개발원조(ODA)까지 포함한 규모다. 자원조달은 기존의 남북협력기금과 ODA가 주요 채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부처·지자체 제안 사업까지 포함하면 오는 8월쯤 검토되는 경협 사업과 자금 규모가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기재부는 남북협력기금 사업비와 ODA 예산을 남북경협 자금으로 사용하는 '투트랙 재원조달 방식'을 검토 중이다.

남북협력기금(통일부 주관·수출입은행 위탁)은 남북협력기금법에 따라 사회문화 및 경제 교류·이산가족 상봉·개성공단 등에 쓰인다. 올해 사업비로는 9593억원이 책정됐다.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작년에도 사업비의 7.1%(684억원)만 집행되는 등 자금 여유가 있다는 후문이다.

경협이 본격화 되면 ODA 예산 투입도 가능하다. ODA는 정부가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 따라 경제개발, 복지향상을 목적으로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유·무상 원조를 말한다. 대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수원국(受援國) 명단에 포함된 국가다. ODA 예산은 최근 매년 늘어나 지난해 3조482억원에 달했다. 유상원조(대외경제협력기금·EDCF)는 기재부, 무상원조는 외교부가 주관부처다. 수출입은행과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위탁업무를 맡고 있다. 북한은 OECD가 인정하는 ODA 적격 국가에 포함돼 있다. 다만 ODA 예산이 인프라 개발 등에 주로 쓰이지만 남북경협에 당장 투입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07년 당시 보고서에서 북한 철도 및 도로 개보수 등 2007년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최대 10조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북미관계 정상화 이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아시아개발은행(ADB) 자금으로 북한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경제협력, 거시경제에 청신호' 연재기사]
① 비핵화·평화협정까지 논의, 과거와 다르다 2018-05-03
② 10.4 선언 보면 남북경협 길이 보인다 2018-05-04
③ 한반도 신경제지도 본궤도 오르나 2018-05-08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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