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 3대 경제벨트 구상 … 북은 변화, 남엔 신성장동력 견인 전략

판문점선언을 계기로 남북미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다. 북핵과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이 팩키지딜로 논의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남북의 경제협력(경협) 사업도 조만간 가시권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경협은 2007년 10.4선언에서 합의했던 내용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한반도를 개발하는 3대 경제벨트를 핵심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수년째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한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신성장동력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북 역시 최근 핵 폐기를 지렛대로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의 교통망을 연결해 동북아의 물류·에너지·산업 중심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남북 이해 접근, 급진전 가능성 = 지난해 8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간한 백서에는 남북 경협 기업 피해지원을 우선 실시한 뒤 상황을 봐가며 남북 경협을 재개한다는 방안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여건이 조성되면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고, 금강산 관광을 우선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현실화를 위해 과거 남북 간 합의됐거나 추진됐던 사업부터 재개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의 '대북특수'를 지원할 경제단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와 개성공단 입주기업 등 2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남북관계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기업의 82.5%가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 희망적으로 전망했다. 또 장기적으로 북한에 투자하거나 진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업의 51%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남북미 사이에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큰 틀의 합의만 이뤄진다면 남북경협이 급진전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건넨 USB = 특히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한 USB에 담긴 내용이 주목된다. 여기에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안을 분야별로 구체화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한 바 있다.

전력 인프라 확충방안을 비롯해 △도로·철도 연결 △경제개발구 계획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등 전반적인 분야가 총망라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과 관련해선 남북 경협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북한의 전력 분야 개선계획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자료를 넘겼는데 거기에 (발전소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의 발전량은 수력 128억kwh(53.6%) 화력 111억kwh(46.4%) 등 총 239억khw로 우리나라(5,404억kwh)의 4.4%에 그쳤다. 게다가 기존 발전설비의 노후화 및 부품 부족 등으로 발전설비 이용률이 2013년 기준 34.8%(에너지경제연구원)에 불과하다.

남북 연결해 대륙·해양의 허브로 =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를 구축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supergrid·초광역 전력망)' 계획도 김 위원장에게 전달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남북을 포함해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역내 국가간 전력망을 연계하는 사업이다.

남북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구체적 방안도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핵심은 남북 철도·도로를 이어 한반도에 'H라인'을 구축,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대륙과 해양으로 뻗어나갈 인프라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목포~서울~개성~평양~신의주로 이어지는 서해안 벨트(산업·물류)와 부산~금강산~원산~나진으로 연결되는 동해안 벨트(에너지·자원)의 양 축을 '평화지대' 비무장지대(DMZ)가 연결해 H라인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경협이 본격화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금융시장과 내수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쟁 불안이 완화되면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관련 서비스업 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경협이 본격화 되려면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는 물론 우리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유엔은 지난해 8월 북한과의 합작사업 신설·확대를 금지하는 제재안을 결의했다. 또 그해 9월과 12월에는 대북 유류 수출을 제한하고, 북한 노동자의 비자 갱신도 금지한 바 있다.

['남북경제협력, 거시경제에 청신호' 연재기사]
① 비핵화·평화협정까지 논의, 과거와 다르다 2018-05-03
② 10.4 선언 보면 남북경협 길이 보인다 2018-05-04
③ 한반도 신경제지도 본궤도 오르나 2018-05-08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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