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등 10.4 선언 합의사항

남북 교통망 연결 ·개성공단 재가동 우선검토

국제사회 공감·UN제재 해결돼야 경협 본격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남북 경제협력사업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그렇다면 남북 경협은 어떤 경로를 걸을까. 우선 순위는 어떻게 될까.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는 향후 경제협력의 추이를 전망할 단서가 담겼다. 선언문에 '2007년 10.4 선언 합의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남북도로들을 연결 현대화하겠다'는 표현이 포함된 것이다.

특히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여러 차례 '잃어버린 11년'을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11년 전인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10.4 남북공동선언'을 지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0.4 선언을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으로 생각하고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좌표로 여기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관련 정치철학이 담긴 '한반도 신경제 구상' 역시 10.4 선언을 상당부분 수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10.4 선언에 담긴 내용이 단초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15→10.4→판문점 공동선언 = 역사적으로 보면 판문점선언은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과 2007년 10.4 공동선언의 맥을 잇고 있다.

경제협력의 관점에서 보면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6.15 공동선언은 '남북이 경제적으로도 교류하고 협력한다'는 선언적 내용만 담겼다. 실제 6.15 공동선언은 200자 원고지 2.5매 분량으로, 남북관계 개선방향의 대원칙 정도만 언급됐다.

반면 7년 뒤10.4 공동선언은 원고지 13매 분량으로 경협사업과 관련해 매우 구체적인 내용이 거론됐다. 10.4공동선언에서는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경제협력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는 부분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이를 위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 이용 추진 △개성공업지구 건설(개성공단 2단계 사업 추진)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수송 시작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협의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이 담겼다.

교류·협력과 관련해서도 '역사, 언어, 교육, 과학기술, 문화예술, 체육 등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키기로 했다', '백두산관광을 실시하며 이를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했다', '2008년 북경 올림픽경기대회에 남북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처음으로 이용하여 참가하기로 했다' 등이 담겼다.

'잃어버린 11년' = 10.4 공동선언에는 매우 구체적이고 파격적인 경협사업내용이 포함됐지만 정치상황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두 달여 뒤 치러진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곧이어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금강산과 개성 관광이 중단됐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뒤, 정부는 대북 경제제재 조치인 5.24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와 개성공단 체류 인원 축소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2013년에는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에 반발해 북측이 근로자들을 개성공단에서 철수시키면서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이때 이미 사실상 남북 간 경협관계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북한 핵실험을 이유로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였던 개성공단 폐쇄를 전격 발표하면서 남북 경협은 전면 중단됐다. 이후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두 지시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드러나 '초법적 통치행위'였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경협, 국제사회와 교감 이후 본격화 = 판문점 선언에는 경협과 관련해 딱 2마디만 포함됐다.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과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향후 경협사업은 △10.4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경협사업 재추진 △남북간 교통망 연결사업 △폐쇄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 재가동 등이 최우선 검토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북간 경협사업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미정상회담 추이도 지켜봐야 하고, 대북 제재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공감대 마련이 전제조건이다.

실제 청와대도 "남북 간 경제협력 확대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국제사회와 협의해가면서 추진한다"고 밝혔다.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첫 회의를 열어 "2007년 10.4 선언 때는 워낙 광범위한 합의가 있어서 국무총리 중심으로 이행종합대책위원회가 구성됐는데, 지금은 아직 북미회담도 남아 있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경협 등 국제사회와 교감 이후 진행해야 할 분야들도 있다. 이런 분야는 아직 전면적으로 진행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한시적으로 이행추진위를 구성해 북미회담 후에 결정될 의제와 남북간 고위급회담 후 본격화할 의제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처 단위에서 체계가 잡힐 때까지 이행추진위는 한시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남북경제협력, 거시경제에 청신호' 연재기사]
① 비핵화·평화협정까지 논의, 과거와 다르다 2018-05-03
② 10.4 선언 보면 남북경협 길이 보인다 2018-05-04
③ 한반도 신경제지도 본궤도 오르나 2018-05-08

성홍식 이명환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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