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베트남펀드, 고금리 브라질 국채도 휘청

신흥국 '6월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신흥국 투자 상품들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시장에도 충격을 주면서 최근까지 승승장구하던 신흥국펀드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다. 고금리의 국채도 환율때문에 손실을 보게 돼 지난해 막판 국채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낭패를 보고 있다.


채권펀드수익률 -3.58% = 15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신흥국 증시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 점은 하락 자체보다는 높아진 통화 변동성에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달러강세가 전개된 지난 한 달 간(4월 17일 이후) 터키 리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역대 최저치로 하락(각각 -14.1%, -5.3% 하락)했고, 멕시코 페소화의 가치도 -7.6% 하락하며 증시하락을 주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자 연준이 실제 6월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신흥국 경제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위기설로 불거졌다.

이는 펀드투자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신흥국 채권형 펀드의 최근 1개월 기준 수익률은 평균 -3.58%였다. 같은 기간 글로벌 채권형 펀드는 -1.02%, 국내 채권형 펀드는 0.04%를 기록했다.

해외주식펀드 국가별 수익률을 보면 미국과 러시아는 3.20%, 4.32%의 수익률에 순자산규모도 늘어났다. 하지만 인도와 브라질펀드의 수익률은 -1.26%, -3.26% 수익률을 기록했고 최근 1년간 상승세를 보이던 베트남 펀드는 -12.31%를 기록하며 곤두박질쳤다. 펀드순자산도 1590억원이 순유출됐다.

해외주식펀드의 권역별 수익률을 보면 유럽 및 선진국 주식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각각 4.38%, 2.69%의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반면 유럽신흥국과 남미신흥국은 -0.73%, -4.9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연구원은 "최근 아르헨티나와 터키 증시가 한 달 만에 10% 이상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대비 통화가치가 급격히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두 국가가 신흥국 중에서도 유독 변동성이 심한 이유는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어 대외건전성이 불안정하고, 재정적자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0%까지 인상하고, 외환보유고를 50억달러 이상 써가면서 환율 방어를 하고 있음에도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가 최근 한 달간 12% 절하된 상황이다. 터키의 경우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12% 하락하고 현재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흥채권지수 5.1% 하락 = 신흥국 채권 가치를 나타내는 JP모건 신흥시장 채권지수는 올해 들어 5.1% 하락했다. 작년까지 채권시장에 거의 등장하지도 않았던 에콰도르, 타지키스탄, 이라크, 우크라이나, 바레인 등의 국채도 최근 금리가 치솟았다.

타지키스탄은 지난해 연 7.125% 표면금리로 5억달러(약 5300억원) 규모의 국채 5년물을 발행했는데 이 국채는 현재 9.26% 금리에 거래되고 있다. 에콰도르는 10년물을 지난해 10월 표면금리 연 8.875%에 25억달러 규모로 발행했지만, 현재 금리는 10.8%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 금리가 높을수록 이 채권의 가치는 낮아졌다는 뜻이다.달러 절상으로 부채가 많은 신흥국의 상환 부담은 더 커졌다. 자국 통화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Fed(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연 1.5~1.75%로 올린 3월 이후 투자 심리도 급격히 위축됐다. 국내서 판매 중인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선 3월, 4월 두달간 455억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달에도 80억원 가까이 순유출을 보였다.

신흥국채권 막차 탄 투자자들 '불안' = 이런 가운데 지난해 국내에서 4조원어치 넘게 신흥국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연 10% 안팎의 높은 이자수익으로도 환손실을 만회하기 어려워지면서 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의 신흥국 채권 투자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특히 브라질국채가 문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4일 원·헤알화 환율은 전일대비 2.22% 떨어진 298.21원에 마감했다.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300원 아래로 떨어진 건 2016년 1월 이후 2년4개월 만이다. 헤알화 가치는 올 들어 원화 대비 8.2% 떨어졌다.

같은 기간 러시아 루블화와 터키 리라화 가치도 원화 대비 각각 5.6%, 12.6% 하락했다.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브라질 국채를 보유한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원화로 환산해 3.3% 손해를 봤다. 채권 이자와 자본차익으로는 4.7% 수익을 냈지만 환손실만 8.2%에 달해 결과적으로 손실을 보게 됐다.

이런 까닭에 증시전문가들은 브라질국채투자는 금리보다 환율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브라질 헤알화가 지니는 높은 변동성 위험은 다른 통화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에 달한다"며 "브라질 국채 투자의 경우 이른바 채권시장의 관점에서 투자자들이 흔히 고려하는 만기까지 보유하겠다거나 높은 금리 매력을 바탕으로 보유 자산의 상당한 비중 이상으로 매수하겠다는 입장에서는 그리 적합한 투자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기간 터키(연초 이후 수익률 -14.9%)와 아르헨티나(-22.6%) 국채 투자자도 이들 나라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익률이 급락했다.

['확산되는 '6월 신흥국 위기설'' 연재기사]
① 신흥국 통화가치 폭락│ "미국 금리인상, 달러강세로 인한 환율불안 여전" 2018-05-14
② 곤두박질치는 수익률│ 환율 변동성 높아지며 증시·채권·펀드 줄줄이 하락세 2018-05-15
③ 엇갈리는 전망│ "국지적 이벤트에 그칠 것 … 차별화 과정" 2018-05-16
④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자금유출 등 충격 피하기 어려워 … 경계 늦추면 안돼" 2018-05-17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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