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만족 35.4% … 변화방향 바람직 86.5%

새 교육과정 정착시키려면 '교실수업혁신' 필수

한국 교육은 항상 양날의 칼날 위에 서있다. 학부모나 교육단체 이해관계에 따라 민심은 널뛰기 한다. 지난해 5월 정부가 바뀌고 나서 교육은 대입제도와 교육과정개정, 대학개혁이라는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대입제도 개편과 새 교육과정인 '2015개정교육과정'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다양한 입장을 들어본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교육혁신 내용이 4차산업혁명을 맞아 아이들 미래의 삶을 설계하고 담보할 수 있을지 집중 조명해본다. 이에 내일신문은 수요자인 학부모와 교육 전문가들의 깊은 의견을 물었다. '학부모, 한국교육을 진단하다'를 주제로 한 여론조사와 심층취재를 3회에 걸쳐 기획·보도한다. <편집자 주>

음성 삼성중학교(혁신학교)에서 자유학년제 토론수업이 열리고 있다. 학생들은 마을공동체프로젝트 융합수업을 진행했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학부모들은 학교교육의 변화에 부정적이었다. 교육정책에 대한 만족도도 낮았다. 다만 학교교육 변화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먼저 '학교교육이 사회흐름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초·중학교 학부모 33.4%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55.8%는 변하는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 만족도와 연관성이 깊다. '현 교육정책에 만족한다'는 학부모들은 35.4%에 불과했다.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62.2%나 됐다. '만족하지 않는다'는 학부모들은 교실수업개선 내용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미래 교육정책 변화(2015개정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학부모콘서트를 개최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차이가 컸다. 그럼에도 '현재 학교교육의 변화 방향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는 86.5%가 '그렇다'고 답했다. 과거 칠판식 수업에서 토론식 융합수업으로 바뀌는 추세여서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변화는 '교실수업 개선' = 학부모들이 느끼는 학교교육 변화로는 우선 '교실수업개선'을 꼽는다. 최근 자유학기제나 혁신학교 정책이 교실수업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학부모들의 관심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서울 노원구 한 초등학교 교장은 "기존 강의실 칠판수업에서 토론식 수업과 교과별 융합수업으로 바뀌면서 학부모들의 생각을 많이 바꾸어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 삼성중학교는 자유학년제로 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평가방식을 모두 서술·논술형으로 바꿔버렸다.

재학중인 자녀의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70.5%로 높게 나타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만족도는 초등학교가 가장 높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낮았다. 만족도가 높은 지역은 제주와 강원 대구 등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종 대전 등 충청권은 만족도가 떨어졌다. 이는 입시중심의 교육과 사교육비 증가에 따른 부담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거주지역의 교육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수도권 중심으로 높게 나타났다. 서울 인천 경기 순으로 수도권 중심으로 만족도(64.8%)가 높은 이유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체험학습이나 진로교육, 생존수영에 따른 수영장 문제, 미세먼지 대책에 따른 강당시설 등 학교 안팎 교육시설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이는 시도교육청 예산편성과, 지역사회 관심과 참여에 따라 학부모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실수업 변화바람은 주로 초등과 중등에서 불고 있지만, 이를 끌고 갈 교원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32%가 '교원의 역량 및 전문성함양'을 요구한 것도 새 교육과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바람이다. 소프트웨어 내실화 및 인프라 구축 등 교육환경조성 요구는 14.5%에 그쳤다. 교육시설보다 교원역량강화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교실혁신'은 시도교육감 성향과 관심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린다. 특히, 교장 관심 정도에 따라 교원역량 강화 편차는 클 수밖에 없다. 교원양성과정이나 연수를 통한 역량강화는 아직 더딘 발걸음 수준이다. 시도교육청이 시범학교나 선도학교를 내세워 교실혁신을 추구하고 있지만 잰걸음이다. 교육부도 모델을 발굴하고 시범학교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일선 교장들의 증언이다.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교실수업변화를 이끌 교사 1000명을 2013년부터 양성했다. 이어 교원들의 5년간 생애별 맞춤형 연수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 연수 시스템을 통해 교실수업개선을 위한 교원 1만명을 길러낸다는 게 대구교육청 전략이다.

교실수업의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이 강해진다는 점이다.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사고력과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의 기초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교실수업변화에 따른 평가가 '과정중심'으로 객관성을 담보하는지는 미지수다. 학부모들은 평가방식과 결과에 충분한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어 시도교육청의 숙제로 남아있다.

경북지역 학부모콘서트에 참여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대입제도 개선 놓고 의견 엇갈려 = 더구나 고교 교실수업개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대입제도의 더딘 변화 때문이다. 대입제도 변화는 이해당사자간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지금은 어떠한 대안을 내놔도 찬반으로 갈린다. 교육부가 4차산업혁명을 통한 미래사회 인재양성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웠지만, 당장 대입을 눈앞에 둔 학부모와 사교육시장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최근 교육부가 '사회양극화→교육비 격차→개인 계층상승 차단'이라는 고리를 끊고 "교육의 출발선은 동일해야 한다"며 교육복지정책을 강조한 점도 학부모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곤 사회부총리는 취임 후 복지정책을 비롯한 대부분 주요 교육정책 시행을 중앙단위에서 일선 시도교육청으로 넘겼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서 해소하겠다는 '수저계급론'은 아직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방과후학교를 초등에서 중등까지 확대하고 나섰지만,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돌봄교실 역시 시도교육청 관심과 예산편성에 따라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6.13 지방선거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교육감 후보들이 과거 복지정책을 재탕, 삼탕하고 있다"며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을 위한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무상급식, 무상교복, 고교까지 무상교육 등 묵은 공약만 남발했다.

경기도 성남시 한 고교 교장은 "교육감 후보들 공약에 학생은 없다. 무상교육 정책을 비롯한 복지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도 낮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내용이라서 사회적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가능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내일신문은 학부모의 정확한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정량조사와 정성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초등학부모와 중등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량조사(여론조사)는 5월 14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실시했다. 표본수는 교육부가 제공한 2017년 기준, 지역별 초등학교 및 중학교 학생수 현황을 기준으로 할당했다. 할당된 표본수는 사전에 수집된 온라인 패널 DB를 활용해 무작위로 추출했다. 표본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추진한 학부모콘서트에 참석한 160명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내용으로 조사했다. 참석자 리스트는 교육부로부터 제공받았다. 응답자는 42명이었다. 조사는 홈페이지 및 이메일, 모바일웹방식을 혼용했다. 학부모들의 심층 의견을 들은 정성조사는 5월 23일 내일신문사 회의실에서 실시했다.

[학부모, 한국교육을 진단하다 연재기사]
①교육환경정책평가│교육정책 만족도 낮아, 학교 교육 변화방향은 '기대'2016-06-11
②2015개정교육과정│학부모 10명 중 6명 새 교육과정 '알고 있다'2018-06-12
③ 대입제도개편│"학교교육과정 성실하게 이수했다면 별도 입시준비 없어야"2018-06-18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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