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중심 대입으로는 미래대비교육 불가능" 54.7%가 동의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50.0%), 대학개혁 없다면 혼선 여전

한국 교육은 항상 양날의 칼날 위에 서있다. 학부모나 교육단체 이해관계에 따라 민심은 널뛰기 한다. 지난해 5월, 정부가 바뀌고 교육은 대입제도와 교육과정개정, 대학개혁이라는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대입제도 개편과 새 교육과정인 '2015개정교육과정'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다양한 입장을 들어본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교육혁신 내용이 4차산업혁명을 맞아, 아이들 미래의 삶을 설계하고 담보할 수 있을지 집중 조명해본다. 이에 내일신문은 수요자인 학부모와 교육 전문가들의 깊은 의견을 물었다. '학부모, 한국교육을 진단하다'를 주제로 한 여론조사와 심층취재를 3회에 걸쳐 기획·보도한다.<편집자 주>

"수능중심 정시나 학생부중심 수시를 뛰어넘는 미래 지향적인 대입제도를 설계할 수는 없을까?" "여론은 현재 교육상황을 개선하지 않고는 어떤 대입정책을 내놔도 '정책 혼선'이라는 비판만 받을 것이다."

경기도 수원 한 고교 교장이 최근 추진 중인 대입제도 개편안에 일침을 가했다.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가 인정하는 대입제도 정답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정책에 진보-보수가 아니라, 우리사회 기득권층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을 위해 대입정책을 좀 더 멀리 보고 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충청지역 학부모교육.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숲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내일신문 여론조사에서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무게를 실었다. 대입제도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할 핵심내용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했다면 별도의 준비가 필요 없는 입시정책을 만들어야 한다(29.0%)"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필요과목 공부와 수업 등 활동을 충실히 했는지를 보는 타당성 측면 입시(26.1%)'와 '협업과 토론, 발표 등 학생 역량을 충분히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입시(21.0%)'제도를 선택한 것이다.

그동안 학부모콘서트에 참여한 지역 학부모들은 '학교교육과정 성실 수행'을 중심으로 대입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전남 광주 ㄱ고교 입시상담 교사는 "사교육 시장을 가지 않고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심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목으로 풀이 된다"며 "사교육이 대입에 도움이 된다는 강한 믿음보다 학원에 안가면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 심리와 '무조건 학원에 가야만 한다는' 문화적 측면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공교육 신뢰회복'이라고 강조했다.

학부모 콘서트에 참여한 김상곤 사회부총리와 대학입시담당자들이 대입선발 기준 등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이를 뒷받침할 만한 질문과 대답도 나왔다. '대학입시정책을 정시확대 수능중심으로 개선하면, 미래대비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에 대해 54.7%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학부모콘서트'에 참여한 학부모들 중 '수능'보다 '학종' 중심의 대입을 더 선호했다. 이는 대부분 학부모들이 미래교육의 방향과 방법을 잘 안다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자녀가 고 3이 가까워질수록, 중상류층 부모들일수록 공정성을 이유로 학종보다 정시확대를 선호했다.


또한 '학생부 중심' 입시정책은 선호하지만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학교나 교사의 영향을 많이 받고 내신경쟁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다(74.2%)"는 것이다. 이는 교사와 대학의 평가에 신뢰하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결국 '고교와 대학의 평가가 모호하다'는 학부모들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 한 공정성시비는 지속될 것이고 학부모와 학생이 만족하는 대입제도 개편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수능·학종, 사교육비 절감 도움 안돼 = 학부모들은 수능중심이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든 사교육비 때문에 부담이 크다(28.0%)고 답했다. 이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수능과 학종 모두 사교육비 절감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 한 고교 입시담당 교사는 "고교 교육(대입)과정을 공정성 시비 없이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시스템이 안착돼야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각 대학마다 기준도 다르고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대학의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콘서트에 참석한 학부모(57.1%)는 학생부 중심으로 대입제도가 개편돼야 한다고 답해 수능중심 개편(35.7%)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수능중심 개편은 세종 대전 충청지역이, 학생부중심 개편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이 높았다. 입시담당 교사들은 "수많은 관계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대립하는 게 대입제도 특성"이라며 "지금 10대들이 문제해결능력, 협업능력 등 새로운 인간형으로 교육받고 평가받지 못한다면 2030년 이후 이들의 삶이 건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학부모들은 '학종' 중심의 평가와 선발이 미래사회 인재양성에 적합하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평가기준에서는 낙제점수를 줬다. 기준이 모호하고, 합격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 부담이 크다(42.4%)는 것이다. 이어, 모든 교과를 다 잘해야 하는 부담과, 동아리·창의적체험활동 대한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학종에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는 '학생부 항목을 교과와 교과연계활동 중심으로 '간소화'해야 한다(37.6%)가 가장 높았다. 이어 대학이 평가기준을 명확히 하고 평가정보를 제공해야 한다(33.9%)가 뒤를 이었다. 학부모콘서트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대학정보와 평가기준을 강화(47.6%)해야 한다"는 응답이 일반 학부모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학부모들은 현행 수능 상대평가(40.7%)보다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전환'(48.5%)을 선택했다. 학부모콘서트참여 학부모(50.0%)들의 '절대평가' 요구가 더 높았다. 대입전형 시기는 고교 3년을 마친 후 통합으로 하고, 대입전형은 간소화(43.4%)할 것을 주문했다. 콘서트 참여 학부모 57.1%도 '고교3년을 마친 후, 통합형 대입전형 간소화'를 선택했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대입제도에 중점을 둬야 할 항목으로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공교육 강화'를 주문했다.

"학교교육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했다면, 별도의 준비가 필요 없는(사교육) 입시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필요과목 공부와 수업 등 활동을 충분히 했는지를 검증하는 '타당성 측면 입시'가 뒤를 이었다. 협업과 토론, 발표 등 학생역량을 충분히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대학입시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문재인정부가 대입정책을 세우는데 '사회적합의'를 반드시 이뤄내야 할 항목도 많았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4차산업 혁명에 따른 미래사회 인재양성, 공교육 강화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입시정책 변화에는 '내 자녀만을 위한 이해득실'을 따지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학부모들이 불확실한 미래사회를 예측하지 못하고, 불안감에 휩싸여 있음에도 이를 공교육에서 해소하지 못해 사교육시장을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 ㄷ고교 입시 담담 교사는 "공정성 시비가 있다고 해서 정시 확대나 수시축소 방안에 발목이 잡힌다면 대입제도 개편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며 "문제는 학생들을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키울 수 있을 것인지와, 사교육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는 4월 대입정책 개편과 관련, "2015개정 교육과정 도입에 따른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진로, 창의적 인재양성에 따른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 차원의 진로·직업교육을 강화하는 '학생 맞춤형 교육'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개혁과 대입정책수립, △'선취업 후학습'에 따른 평생학습 시스템 구축, △대입제도 개혁 없이 초중고 공교육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생 개인역량에 따른 다양한 맞춤형 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대전 ㄷ특성화고 김 모 진학담당 교사는 "문제는 '반드시 대학에 가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스펙과 학벌이 아닌, '안전한 일자리와 평생 학습'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반드시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내일신문은 학부모의 정확한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정량조사와 정성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초등학부모와 중등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량조사(여론조사)는 5월 14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실시했다. 표본수는 교육부가 제공한 2017년 기준, 지역별 초등학교 및 중학교 학생수 현황을 기준으로 할당했다. 할당된 표본수는 사전에 수집된 온라인 패널 DB를 활용해 무작위로 추출했다. 표본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추진한 학부모콘서트에 참석한 160명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내용으로 조사했다. 참석자 리스트는 교육부로부터 제공받았다. 응답자는 42명이었다. 조사는 홈페이지 및 이메일, 모바일웹방식을 혼용했다. 학부모들의 심층 의견을 들은 정성조사는 5월 23일 내일신문사 회의실에서 실시했다.

[학부모, 한국교육을 진단하다 연재기사]
①교육환경정책평가│교육정책 만족도 낮아, 학교 교육 변화방향은 '기대'2016-06-11
②2015개정교육과정│학부모 10명 중 6명 새 교육과정 '알고 있다'2018-06-12
③ 대입제도개편│"학교교육과정 성실하게 이수했다면 별도 입시준비 없어야"2018-06-18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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