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학부모 63.6%, 콘서트 참여 학부모 83.3% "교실수업개선에 도움"

2015개정교육과정 정착 위해서는 '교원역량강화' '교실수업혁신' 필수

한국 교육은 항상 양날의 칼날 위에 서있다. 학부모나 교육단체 이해관계에 따라 민심은 널뛰기 한다. 지난해 5월 정부가 바뀌고 나서 교육은 대입제도와 교육과정개정, 대학개혁이라는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대입제도 개편과 새 교육과정인 '2015개정교육과정'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다양한 입장을 들어본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교육혁신 내용이 4차산업혁명을 맞아 아이들 미래의 삶을 설계하고 담보할 수 있을지 집중 조명해본다. 이에 내일신문은 수요자인 학부모와 교육 전문가들의 깊은 의견을 물었다. '학부모, 한국교육을 진단하다'를 주제로 한 여론조사와 심층취재를 3회에 걸쳐 기획·보도한다. <편집자 주>

내일신문 설문조사에서 학부모 87.0%가 현재 학교교육의 '변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내용과 무관하게 교실수업에 변화가 생겼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수업시간이 '재미있고 즐겁다'는 아이들 증언에 부모들의 생각이 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교실수업개선의 핵심 내용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내일신문 학부모 여론조사에서 일반학부모 60.2%가 '2015개정교육과정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교육부가 추진한 '찾아가는 학부모콘서트'에 참여한 학부모 중 88.1%는 "2015개정교육과정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일반 학부모보다 콘서트에 참여한 학부모가 개정교육과정에 대한 인지도가 28.1%p나 높게 나타난 것이다. 또 일반 학부모의 67.9%가 개정교육과정이 지향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이는 학부모들이 공교육 교육정책 정보에 목말라 있음을 나타낸 대목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지표에 대해 서울 노원구 한 고교 교장은 "미래교육과정과 입시에 미치는 영향 등 종합적인 판단과 분석을 위해 학부모들이 새 교육과정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지 대입 정보 때문이 아니라, 4차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교육방향에 관심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 중학생 학부모 이진희씨는 "학부모 콘서트에 참여했다가 2015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며 "교육내용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 내심 놀랐는데, 솔직히 아이 미래 삶을 위해서 학원수업보다 교실수업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63.6%는 '새 개정교육과정이 교실수업 개선정책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학부모 콘서트에 참여한 학부모 중에서는 무려 83.3%가 '2015개정교육과정이 교실수업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새 교육과정 정착을 위해 교실수업혁신(40.0%), 교원역량강화 등 전문성 함양(31.9%), 소프트웨어 내실화 및 인프라구축 등 교육환경조성(14.5%)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새로운 교육장비 설치보다 교원역량강화를 통한 교실수업혁신에 무게 중심을 뒀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구교육청 한 장학사는 학부모들이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요즘 학부모들이 엄청 똑똑해졌어요. 아이들 교육과정부터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덕분에 교사들이 긴장하고 공부할 수밖에 없고요."


◆학부모 98%, 교원지원 확대= 학부모 콘서트 참여 경험이 있는 학부모들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일반 학부모모다 한발 더 나갔다. 새 교육과정이 학교현장 안착을 위해 교원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연수나 홍보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97.6%)고 답했다. 지속적인 연수와 홍보가 필요하다고 답한 이면에는 또 다른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경북 학부모콘서트에 참여했던 학부모 최주희씨는 "지금은 콘서트 내용에 대단히 만족하지만, 당장 내일부터 다시 학원 홍보에 묻혀 학교교육과정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장 교원들이 자발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콘서트 참여 학부모의 97.6%가 동의를 표했다.

최근 교실수업 변화는 한국교육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대 혼란과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했던 사교육시장에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4차산업혁명에 따른 코딩, VR, AI, 메이커 교육에 눈을 돌리는 전문학원이 생기기 시작했다. 토론수업이나 거꾸로수업, 융합수업 등 바뀌고 있는 교실수업 내용을 흉내 내며 따라 배우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1월 개정교육과정의 교과목 편제를 반영했다. 올해 중·고등학교 적용에 따른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우선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개정에 나섰다. '학교 간 통합 선택 교과(공동교육과정) 이수자'에 대한 성적 산출 조항도 신설했다. 학생이 자신의 적성·능력·흥미에 따라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학부모들은 맞춤형 교육방식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질문과 창의력 키우는 수업= "인성과 창의를 갖춘 아이들이 스스로 더불어 성장하는 배움과 나눔의 공동체, 그곳이 학교이어야 한다. 학교 운동장에서 노란 들꽃도 찾아야 하고, 학교도서관에서 독서의 즐거움도 만끽해야 한다. 그들이 행복하게 사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올 1월 '찾아가는 학부모콘서트'에서 정재찬(한양대 국어교육학과)교수가 '시로 꿈꾸는 교실'을 주제로 한 강연내용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 선택과목 다양화, 혁신학교 확대 등 주요 교육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를 강조했다.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설명에 박수가 터졌다. 참여부모들은 장관 설명에 '신뢰'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자세히 교육과정을 들어보는 건 처음이라며 흡족해 했다. 협박당하는 듯한 학원설명만 듣다가, 아이의 꿈과 끼를 찾아 미래사회 주인공으로 키워야 한다는 장관 설명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대구 중학교 한 수석교사는 "정답을 정해 놓고 문제풀이를 하는 교육방식은 학교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신 질문과 창의력을 키우는 수업방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학교는 '교사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서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내일신문은 학부모의 정확한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정량조사와 정성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초등학부모와 중등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량조사(여론조사)는 5월 14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실시했다. 표본수는 교육부가 제공한 2017년 기준, 지역별 초등학교 및 중학교 학생수 현황을 기준으로 할당했다. 할당된 표본수는 사전에 수집된 온라인 패널 DB를 활용해 무작위로 추출했다. 표본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추진한 학부모콘서트에 참석한 160명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내용으로 조사했다. 참석자 리스트는 교육부로부터 제공받았다. 응답자는 42명이었다. 조사는 홈페이지 및 이메일, 모바일웹방식을 혼용했다. 학부모들의 심층 의견을 들은 정성조사는 5월 23일 내일신문사 회의실에서 실시했다.

[관련기사]
'2015개정교육과정' 주요 내용은

[학부모, 한국교육을 진단하다 연재기사]
①교육환경정책평가│교육정책 만족도 낮아, 학교 교육 변화방향은 '기대'2016-06-11
②2015개정교육과정│학부모 10명 중 6명 새 교육과정 '알고 있다'2018-06-12
③ 대입제도개편│"학교교육과정 성실하게 이수했다면 별도 입시준비 없어야"2018-06-18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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